경기 띄우려… 中, ‘역대 최대’ 94조원 푼다

런민銀, 채권 매입해 자금 공급
시중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이어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새해 벽두부터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데 이어 94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시중에 공급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여파로 중국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자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런민은행은 홈페이지에서 전일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중에 5700억 위안(94조5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루 동안의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공급한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런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약정’을 통해 7일짜리와 28일짜리 채권 각각 3500억 위안과 2200억 위안어치를 매입했다. 역환매조건부약정은 중앙은행이 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 유통되는 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을 뜻한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썼지만, 지난해 12월 은행 및 비은행 대출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런민은행의 추가적인 시중 유동성 공급은 특히 경기 둔화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보인다. F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기 둔화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따라서 런민은행과 시중은행도 성장을 뒷받침하기를 요구하는 중국 정부에 호응해 유동성 공급과 대출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자금 공급은 2월 초 중국 춘제(春節·음력 설)를 앞두고 개인과 기업들의 현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앞서 지난 4일 런민은행은 이달 15일과 25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각각 0.5%포인트씩 내려 8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