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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8일(金)
‘말모이’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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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지난 9일 개봉된 영화 ‘말모이’에 벌써 150만 관객이 몰렸다. ‘말모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이름인데, ‘말(단어)을 모아 놓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힌샘 주시경 선생 등이 1910년 무렵부터 조선광문회에서 국어사전 편찬을 추진한 사업이 영화의 배경이다. 이런 암호 같은 이름으로 일제의 탄압을 피해 보려 했지만, 우리말 사전을 만들려던 많은 조선어학회 회원이 옥살이를 하다 목숨을 잃거나 갖은 고초를 겪었다. 불행히도 당시엔 미완으로 끝났지만, 오늘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과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 그리고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을 낳았다.

오늘날의 국어사전은 매체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종이와 웹이다. 종이 사전은 이제 더 이상 판올림이 쉽지 않다.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웹 사전은 ‘끊임없는’ 판올림이 가능하다. 여건과 관심에 따라 신어와 유행어 등 살아 숨 쉬는 말을 끝없이 사전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아쉽기로는, 그런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과 그림은 물론 발음(소리)과 동영상까지도 담을 수 있는 표제어와 해설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슷한말이나 반대말, 바른말, 상말 등으로 바로가기 기능(하이퍼링크)을 줄 수도 있고, 두세 단어를 동시에 띄워놓고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입체 사전이 되려면 많은 인력과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종이 사전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평면 사전’에서 이제는 ‘입체 사전’으로의 변신이 절실하다. 21세기의 ‘말모이’는 입체 사전이 아니면 외면당한다. 이 작업에 많은 열정과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라고 한 영화 주인공 류정환의 말만 귓전을 울리는 게 아니다. 앞서 우리말의 큰 스승 주시경 선생은 “말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亡言亡國)”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나라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興言興國)는 뜻이다. 한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고 조선을 착취해 일본과 한 나라로 동화시키려던 일제의 ‘내선일체’ 정책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고 민족혼을 일깨워 나라를 되찾으려던 선인들의 노고를 영화 ‘말모이’가 새삼 일깨워 주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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