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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8일(金)
“살인자에 감정이입?”, 개연성 無…문영남에 뒷덜미 내준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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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이 지지부진하다. 17.9%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12∼15%대를 오가며 뜨뜻미지근하다. 정체 상태에 빠진 것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재미없어졌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드라마의 큰 틀을 버리고 소소한 사랑놀음에 취하며 하락세를 자초하고 있는 모양새다.

‘황후의 품격’의 행보에 적신호가 켜진 더 큰 이유는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KBS 2TV ‘왜그래 풍상씨’다. 17일 방송된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의 전국 평균 시청률은 10.2%까지 치솟으며 두자릿수 시청률로 진입했다. 지난 9일 5.9%로 시작한 이후 어느새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미 뒷덜미를 내준 ‘황후의 품격’이 방송 막판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황후의 품격’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부터 흔들리고 있다. ‘신데렐라가 돼 황제에게 시집온 뮤지컬 배우가 궁의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우다가 대왕대비 살인사건을 계기로 황실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통쾌한 복수극이라는 의미다.

방송 초반 ‘황후의 품격’은 이런 주제의식에 충실했다. 다소 격한 표현과 설정으로 ‘막장’이라는 지적은 받았지만, ‘악의 축’인 이혁(신성록 분)-태후(신은경 분)-민유라(이엘리야 분)의 악행과 이에 맞선 오써니(장나라 분)-천우빈(최진혁 분)이 통쾌하게 하나씩 위기를 타파하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황후의 품격’은 이상한 멜로에 집착하고 있다. 이혁의 거듭된 구애를 오써니가 이를 외면하고, 이혁은 아파하는 등 마치 이혁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과욕을 부린다.

욕심많고 제멋대로인 이혁이 오써니에게 반해 흔들리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 악행을 일삼으며 살인까지 서슴지 않던 인물이 오써니를 위해 하루 아침에 개과천선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면 오써니가 자신의 엄마를 숨지게 하고, 자신을 해하려 한 이혁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 태세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불륜을 넘어 천륜을 거스른 드라마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서슬퍼런 복수극이 갑자기 B급 콩트로 전락하는 것도 아쉽다. 17일 방송 분량에서는 이혁이 종종걸음을 치며 열심히 선물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스꽝스러운 배경 음악까지 깐 편집 역시 모호하다. 마치 ‘이혁은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라고 웅변하려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황후의 품격’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살인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라고 강요하는 느낌까지 준다.

이런 위기를 넘기 위해 ‘황후의 품격’은 복수극이라는 대전제를 이어가야 한다. 시청자들을 설득시켜 이혁에게 면죄부를 부여한들, 이는 결과적으로 ‘권력자는 살인을 해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으면 괜찮다’라는 결말에 도달하게 만든다.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지극히 가해자 중심적 시선으로 ‘황후의 품격’을 이끌어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황후의 품격’은 근래 보기 드문 시청률을 일군 작품이다. 여러 논란을 비롯해 다소 성근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것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갑자기 정체기에 빠지고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는 것은 ‘황후의 품격’의 흐름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황후의 품격’은 복수극이다. 게다가 복수의 상대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살인과 살인교사, 갑질, 진실 은폐 등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시청자들은 현실에서도 봤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단죄가 어렵다. 드라마가 즐겁고 통쾌한 이유는 현실에서는 어려운 정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후의 품격’은 그런 인물에게 매력을 강요함으로써 갑의 논리에 힘을 주고 있다. 이혁의 사랑을 지지하는 인터넷 댓글이 적잖다는 것은 ‘양 날의 칼’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 칼을 주저없이 손에 꼭 쥐려 한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황후의 품격’은 복수극인가, 멜로물인가? 그리고 제작진은 기획의도에 맞춰 소신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가, 아니면 댓글 반응을 체크하며 그에 따라 반응하는가?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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