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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강희의 맛있는 술 이야기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21일(月)
19세기 태평양 전쟁이 낳은 ‘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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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끝난 태평양전쟁(The Pacific War)은 태평양 일대를 휘저은 전쟁이다. 이에 비해 잉카의 후예인 페루와 와인의 나라 칠레가 1879년부터 1883년까지 벌인 태평양전쟁(War of the Pacific)은 규모는 작지만 열강의 식민지사가 낳은 전쟁이다. 전쟁은 안토파가스타 인근의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사막에 매장된 자원을 빌미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피스코(Pisco)라는 술의 상표권으로 이어졌다.

남미는 대부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인구의 구성은 다르다. 페루는 3000만 명의 인구에서 토착민인 인디오가 45%이고 혼혈인 메스티소가 37%다. 백인은 15%, 나머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이다. 칠레는 1800만 명의 인구에서 메스티소와 백인이 88.9%이고 인디오가 3.1%다. 이런 차이로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던 잉카의 적통이라고 말하는 페루가 조상이 이룩한 문화를 파괴하고 핍박한 백인의 후손들이 사는 칠레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원래 볼리비아의 영토였던 안토파가스타 주변은 은과 구리를 비롯한 다양한 자원이 있어 산업적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이를 개발할 능력이 없던 볼리비아는 칠레 기업이 얻는 개발이익에 대해 25년간 비과세를 약속하고 개발을 위한 조약을 체결하지만 쿠데타와 어려운 경제사정의 해결을 위해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세금납부를 거부한 칠레 기업들을 볼리비아 정부는 압류한다. 볼리비아는 반발하는 칠레에 대응하기 위해 페루와 비밀리에 군사동맹을 맺고 1879년 2월 14일 칠레 기업을 경매에 넘기는데 이날 국민과 기업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칠레가 안토파가스타에 병력을 상륙시키며 전쟁이 시작된다. 해전에서 승기를 잡은 칠레는 지상전에서도 볼리비아와 페루에 승리하며 페루의 수도 리마까지 점령한다. 결국 협정을 통해 칠레는 페루에 타라파카와 아리카, 타크나지역을 얻고 볼리비아에는 아타카마사막이 있는 안토파가스타지역을 얻으며 종전한다. 1929년에 칠레는 타크나지역을 페루에 돌려주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은 여전했다.

남미지역 중에서도 안데스산맥의 서쪽은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서 높은 당도의 포도를 재배하기에 좋다. 스페인은 식민지 지배를 통해 토착민을 착취해 생산한 포도를 본국에 공급했고 스페인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상대적으로 비싸져 팔리지 않았다. 본국은 농부들의 팽배해진 불만으로 남미의 포도를 수입하지 않게 된다. 이에 포도가 넘쳐난 남미는 와인을 만들었고 이마저도 넘쳐나 와인을 증류해서 브랜디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남미의 브랜디를 피스코라고 한다. 피스코는 페루의 피스코항을 통해 유통됐다. 주로 만들어지던 곳은 지금의 페루 남부와 칠레의 중북부지역인데 이곳의 일부가 태평양전쟁 때 페루가 뺏긴 영토다. 페루의 피스코는 포도의 당분을 완전히 알코올 발효시키지 않은 와인을 증류해 유리나 스테인리스 통에 3개월 숙성하기 때문에 원초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칠레의 피스코는 알코올 발효를 완료한 뒤 증류하고 경우에 따라 오크통에 숙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페루에서는 칠레가 만드는 피스코를 ‘아과르디엔테’라고 하며 제대로 된 피스코는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로가 화해를 모색하고 상생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지만 뿌리 깊은 불신이 사라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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