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묵인’ 우려 더 커졌는데 靑 뭘 기대한다는 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한 달 뒤 열리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접견한 이틀 후인 20일 “2월 말”이라며 시기를 구체화했다. 그러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이 있었다기보다 ‘한 달 시한’을 정해놓고 실무협상을 벌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계속’을 강조한 것이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즉각 실무협상을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상황을 종합할 때 선언적 합의만 하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내줬던 싱가포르 회담의 실패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존재하는 북한 핵무기는 묵인하는 ‘북핵 동결’을 전제로 한 협상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한국에는 최악의 사태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비상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미 언론들은 동결 수준에서 북핵 문제가 봉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중 핵물질 및 무기 생산 동결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완전 핵 폐기 아닌 동결을 협상 의제로 한다는 것은 미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가로 과거 핵은 묵인하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핵 폐기는 물 건너간다. 북한은 이미 올 신년사에서 핵 추가 제조·실험·사용·거래를 않겠다며 사실상 핵보유국 행세에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민의 안전 최우선을 내세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에 집중하며 핵 동결 선에서 협상할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또 핵 동결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고 ICBM 폐기에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응할 경우 핵 폐기는 요원해지고 핵우산 및 동맹 훼손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압박도 받고 있다. 정국 위기 탈출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펴낸 취임 2주년 자료에서 싱가포르 회담을 핵심 치적으로 꼽았다. 그런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미·북 회담과 관련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차 미·북 회담에서 북핵이 묵인될 우려가 더 커졌는데 뭘 기대한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