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미·북 협상 교착과 ‘민족끼리’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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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前 駐美 대사

2019년, 북한 비핵화가 여전히 최대 외교 현안이다. 지난 8일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19일에는 김영철 특사가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났다. 2월 말쯤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된다. 그리고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걸려 있다. ‘완성된 북핵’이 그 핵심에 있다. 수십 개의 핵무기 및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이 그것이다. 북핵은 미국을 제외한 동북아의 모든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

김영철 특사의 방미에 대해 특별히 알려진 내용이 없다. 미·북 간 교착 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 조치문제가 왜 풀리지 않는가? 싫거나 좋거나 비핵화를 다루는 핵심 국가는 당사자인 남북한 외에 미국과 중국이다. 그런데 미·중 양국이 비핵화를 다루는 철학과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 서양식 ‘해결’과 동양식 ‘관리’의 차이다.

미국은 서양식 해결 방안으로 외교 문제를 다룬다. 한국과 동맹도 해결 방안을 따랐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개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동시에 핵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개발을 철저히 제한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다. 중국은 동맹인 북한을 관리 방식으로 다룬다.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철저히 제한하지 않는다. 군사적인 접촉도 없다. 경제개발이나 민주주의도 미국처럼 앞장서서 돕지 않는다. 직접 간섭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면서 관리하겠다는 생각이다.

비핵화도 미·중의 방법이 다르다. 미국은 미리 해결 방안을 정해 놓고 연역적으로 접근한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방안이 해결책이다. 이번 김영철의 방미 중에도 미국은 FFVD가 변함없는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반면, 중국은 관리 방안을 사용한다. 쌍중단(북한의 실험 중지와 한·미 엽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점진적 진행)이다. 동양식 귀납적이다. 만나서 문제를 한 단계씩 관리해 나가자는 방법이다. 미·중이 상대방의 철학과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접점을 찾고 비핵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동서양 문화적 차이에 대해 남북한 모두 둔감한 편이다. 북한은 실험 중지를 했으니, 그다음은 미국이 제재 해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자체는 그 결과를 보면서 천천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해결과 관리 두 가지 방안을 자신에게 유리한 데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론 문제를 풀 수 없다.

리비아와 남아공의 핵 문제는 ‘해결’ 방안으로 풀렸다. 그러나 이란 핵의 경우 ‘관리’ 방안으로 접근한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 방안이 좋다. 그러나 이란처럼 복잡한 핵 문제는 관리 방안이 좋다. 북한의 핵 문제는 북한의 미래와 같이 다뤄야 한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관리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과 전략을 도입하면 우리가 2019년 취할 조치가 보인다. 미국은 북미대륙은 물론 동북아의 북핵에도 집중해야 한다. 북한은 경제 제재 해제와 비핵화 방안에서 똑같이 관리의 방안을 취해야 한다. 제재 해제를 원하면 비핵화 초기 조치를 같이 취해야 한다. 남북 접촉이나 한·미 교섭에서 집중해야 할 문제다. 2019년에는 종전선언이나 민족끼리 해결하겠다는 자세보다 이런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남북 관계나 한·미 관계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