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빙상계의 스승과 제자 ‘추악한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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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에서 벌어지는 개싸움이라는 뜻을 가진 ‘이전투구’가 최근 성폭력 사태로 얼룩진 빙상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때 최고 지도자였던 스승과 제자의 ‘네 탓’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21일 오전 젊은빙상인연대는 “확인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간 빙상계 대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성폭력 사건 은폐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빙상계 전횡 논란의 중심인물인 전 교수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은 물론 조재범 전 코치의 심석희 상습폭행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3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전 교수가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심석희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조 전 코치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옥중 편지’로 전 교수의 폭행과 폭언을 폭로했다. 당시 스승(전 교수)은 제자를 위해 나서는데 제자(조 코치)는 스승을 공격했다.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이제는 스승이 제자를 비난하고 있다. 전 교수는 젊은빙상인연대가 이번에 자신에 대한 성폭력사건 연루설을 제기하자 태도가 돌변해 제자를 몰아세웠다. 전 교수는 3개월 전 조 전 코치의 옥중 편지에 대해 “감형받기 위해 거짓으로 쓴 편지”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폭로 사태는 계파 싸움의 연장선일 뿐이며 젊은빙상인연대의 폭로에 진정성이 없다”며 본질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도 했다.

현재 누구 주장이 맞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 교수와 조 전 코치는 한체대에서 잘나가는 스승과 제자였기에 폭행과 성폭력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더욱이 성폭행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일파만파로 번지자 스승과 제자가 서로 살겠다며 물어뜯는 지경이 됐다.

이처럼 스승과 제자가 벌이는 책임 공방은 볼썽사납고 추태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잘못이나 폐단이 드러나면 먼저 사과하고 원인을 알아내 책임지는 모습이 우선이다. 지금처럼 잘못된 일에 대해 상대 책임으로 떠넘기고, 이를 회피하려고 사태의 본질을 흐리며 ‘물타기’를 하려는 것도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비신사적 태도다. 발등에 붙은 불을 끄고 적당히 마무리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정세영 체육부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