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되살려야

  • 문화일보
  • 입력 2019-01-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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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참으로 크다. 거의 혁명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생님께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리는 것도 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도 부패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지양하게 된 것이 부정청탁금지법의 커다란 성과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화를 바꾼 이 법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집단이 있다. 국회의원이다. 애초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법안의 원안과 달리 국회 입법 과정에서 부정청탁 대상에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제외되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삭제된 탓이다. 제19대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하던 중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부정청탁금지법 제5조 제2항 제3호는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지역구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는 활동은 이들의 통상적인 업무이므로 이를 부정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공익적 목적’과 ‘제3자’라는 개념을 명확히 해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부정청탁의 대상에서 사실상 면책된다고 보는 것이다.

국회가 김영란법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삭제한 것을 두고 입법 때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핵심 조항인 공직자의 사익 추구 방지를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뺀 채 법을 통과시키면서 그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지난해 4월에 있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금융사와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고액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 의혹과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해외시찰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원 부정청탁 면책 규정과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손보는 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국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손혜원·서영교 의원의 의혹은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가 우선이다. 만약 이들 의혹이 사실이라면 두 의원의 행동은 명백히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손 의원은 문화재청을 감시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이고, 서 의원은 당시 법사위 소속이었다. 하지만 이들 행위가 직권남용 등 형법상의 범죄에 이르지 않는다면 현행 부정청탁금지법으로는 처벌 불가능하다.

애초 원안에는 없었던 사립학교 교사와 교수, 언론사의 기자까지 부정청탁금지법의 대상으로 집어넣은 국회가 정작 자신들은 부정청탁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이해충돌 행위는 법에서 아예 삭제해 버린 것을 보고서도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게 개탄스럽다. 국민의 싸늘한 여론과 법 개정 압박만이 국회를 움직일 수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을 스스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들의 비리도 점입가경이다.

국회는 이 기회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얄팍한 수를 버리고 부정청탁금지법을 개정하는 대의적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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