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지원법’ 18개 난립… 정부도 기업도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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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7개였다가 11개 급증
정권 바뀔때마다 지원안 남발
중복·체계 복잡해 실효성 논란
日 통폐합 사례 벤치마킹 필요

경영혁신 관련법은 전무 상태
체계적인 성장 뒷받침 힘들어

우리나라 중소기업 관련법이 무려 18개로 난립돼 있어 효율화를 위한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경영혁신 지원법은 놔둔 채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을 그때그때 지원해주는 대책만 내놓아 ‘피 지원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관련법은 지난 1995년 이전 9개이던 것이 1995년 7개로 줄었다가 1995년 이후부터는 양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18개에 달한다. 가장 먼저 제정된 것은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이다. 1995년 한때 7개로 줄어든 것과 관련,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통폐합을 한 것이 아니라, 당시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기업청이 독립돼 나오면서 산업부 관련 법률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중소기업 관련법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법률 체계가 복잡하고 중복돼 있다는 점이다. 학계는 중소기업 관련법의 체계가 복잡하면 관련법의 수요자인 중소기업인이 법령의 혼선으로 인해 접근이 어렵게 돼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관련법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다른 한편으로 규범 적용자의 입장에서도 국가적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윤 교수는 “관련 법률의 거의 모든 규정이 ‘…(지원)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규정돼 있어 행정기관 재량행위의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에 관련된 규율사항이 여러 가지 법률에 산재해 있다는 것은 규율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또 다른 형식의 규제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 “‘중소기업기본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중소기업진흥법’ ‘중소기업사업전환촉진법’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 및 판로지원법’ 등 다양한 법률이 다른 법과 지원내용이 유사하거나 중첩되고, 적용요건이 매우 엄격하며,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선진국들이 제도 정비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일본이 2005년 중소기업 관련 3법을 ‘중소기업신사업활동촉진법’으로 통합한 예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원법이 많기는 한데, 뭐가 뭔지 잘 모른다”면서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소기업 지원’을 들고나오니 일단은 ‘받고 보자’는 식인데, 이래서야 체계적인 성장의 뒷받침이 되겠느냐는 말들을 한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내 중소기업 연구소도 곧 4만 개를 넘게 되지만, 연구·개발(R&D)의 영세성은 심화돼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연구소는 지난 2014년 3만748개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3만8644개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연구원 10인 미만 영세 연구소 비중은 같은 기간 91.0%에서 95.9%로 늘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