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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His Story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23일(水)
“사법 판결까지 民心에 영향받는 ‘한국적 현상’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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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브린 전 한국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 옆 목은 이색(李穡·1328~1396) 사당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마이클 브린 前 한국외신기자클럽 회장

30년전 ‘한국인을 말한다’ 낸후
최근 ‘한국, 한국인’ 새저서 발간
상황 많이 달라져 다시 쓰기로

최대 변화는 국민의 추구 가치
고유의 것 → 세계 보편적인 것
공정성·정의 등 최우선 가치로

남북관계 진전 있는 건 맞지만
남측 北 인권문제 등 거부감에
통일까진 시간 더 많이 걸릴것

정치는 민심 아닌 신념 좇는것
민심이 수용 못하면 퇴장하는것
‘대통령에 도발 질문’ 왜 욕하나

37년전 한국 온 영국출신 기자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딸 낳아
처가식구와 주말 보내는 韓사위


“지난 20년 동안 저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확실히 바뀐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만큼 한국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겠죠.”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목은관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마이클 브린 전 한국외신기자클럽 회장은 최근 국내 출간된 ‘한국, 한국인(원제 The New Koreans)’의 집필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그가 1999년 ‘한국인을 말한다(The Koreans)’를 발간한 이후 약 20년 만에 새로 내놓은 책이다. 당초 출판사에서는 기존 책의 개정판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자신의 과거 저서를 살펴본 브린 전 회장은 책 대부분을 아예 새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여러모로 주목받자 책 재출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처음 책을 썼던 때와 지금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제 생각과 인식도 전과 조금 달라졌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재출간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새로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죠.”

영국 에일즈베리에서 태어나 1982년 프리랜서 기자로 처음 한국땅을 밟은 브린 전 회장에게 한국으로 오게 된 동기를 묻자 그는 “우연히 오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냈고 비한국계로는 최초로 외신기자클럽 회장까지 지냈다.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딸까지 둔 그는 주말이면 아내의 형제자매들과 만나는 한국 문화에 이제 완전히 적응됐다고 말했다. “영국인인 만큼 원래는 (당시 영국령이었던) 홍콩으로 가 중화권 전문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홍콩에서 알게 됐던 분이 한국을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한국에 오게 됐고, 한국과 북한을 오가며 취재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닿아 외신기자클럽 회장까지 지냈지요. 이제 제 인생은 영국보다 한국에 있는 것 같아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잠깐 영국으로 돌아가 살았지만 이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37년 전 한국땅을 밟았을 때 들었던 첫인상에 대해 묻자 ‘무서운 곳’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곳곳에서 그때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처음 김포공항에 내리자 곳곳에 무장한 군경이 지키고 있더라고요. ‘분쟁지역 분위기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도심으로 들어와 보니 분쟁지역이나 개발도상국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이후에도 첫인상과 다른 한국의 모습을 많이 봤어요. 지금 인천공항은 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장경찰을 찾기 어려운 곳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브린 전 회장은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한국 고유의 것’에서 ‘세계적, 보편적인 것’으로 바뀐 점이라고 지적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단일민족, 충(忠)과 효(孝), 공동체 의식 등이 한국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성, 정의 등 서구적 가치가 보다 중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개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단일팀이 구성됐을 때 나이 든 세대는 이를 반겼어요. 남북이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면서요. 그렇지만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그동안 고생했던 선수들의 대표팀 탈락에 안타까워하며 단일팀 구성을 비판했어요. 탈락한 선수들이 흘린 노력과 땀의 대가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서요. 전에는 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봐요.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단일팀을 주장하고, 나이 든 세대는 ‘주적’ 북한과의 어떤 협력도 안 된다고 나섰을 테죠.”

브린 전 회장은 비슷한 시각으로 최근 진행되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나 문재인 정부의 중재 노력, 그리고 통일에 대한 전망 등을 분석했다. 남북한 모두를 담당하며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미스터(Mr.) 김정일’이란 책을 쓰기도 했던 그는 본업인 기자 생활 외에 대북사업을 희망하는 기업을 위한 컨설턴트로 활동했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식견에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통일에는 많은 선결과제가 있다고 내다봤다. “비핵화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고 미·북 정상회담도 그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과거보다는 진전이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통일이 바로 올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과거와 달리 한국인들이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나 자유의 통제 등을 무작정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비핵화와 평화 추진은 가시화하고 있지만 남북 통일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한국 사회가 북한보다 (서구적 가치로 대변되는) 세계와 더 많이 가까워지고 (세계와의) 통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같은 가치 변화에 대해 브린 전 회장은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손꼽을 만한 경제 강국 중 하나로 뛰어오르게 된 경제 성장이 주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했어요. 특히 한국은 목표를 향해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뤄내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지금도 저는 ‘한국인이 못하면 세계 그 누구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속도가 항상 목표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 서구적 민주주의 의식의 성장도 함께 이뤄졌다고 봅니다. 특히 1990년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인식 변화가 더 급속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봐요. 민족자본주의적 개념이 강했던 한국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세계 시장 속으로 나오게 됐고 그 과정에서 서구민주주의 사상의 유입도 가속화한 거죠.”

한국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줬지만 브린 전 회장은 아직도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민심’과 관련된 부분으로 그는 민심이 법원 판결이나 국가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밀어붙였고 이를 주도했던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그 결과를 놓고 사람들을 설득하러 다녔습니다. 그들의 집권이 정당하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정치가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아마추어들의 의견인 민심을 좇는 게 아니라 프로이자 전문가인 정치·행정가들이 판단하고 신념대로 추진해야죠. 그리고 민심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권력에서 물러나면 되고요. 그런데 한국은 행정·입법부는 물론, 사법부도 이런 경향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어요. 저는 아직 뇌물 준 사람은 석방되지만 뇌물 받은 사람은 징역형을 받는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도발적 질문을 남겼던 기자에 대해 일부에서 분노하는 것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기자라면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누구에게라도 질문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자는 그 사람의 대답을 이끌어내는 게 일이지 그 사람에게 ‘아부’하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은 이유로 브린 전 회장은 자신의 모국인 영국이 지난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것도 ‘멍청했다(stupid)’며 쓴소리를 했다. “전 그들(영국 국민)이 원했던 것은 낡은 정치에서의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민투표 당시 선택사항은 ‘현상유지’와 ‘탈퇴’라는 두 가지였고 사람들은 ‘변화’였던 탈퇴에 표를 던진 것이죠. 그리고 지금 겪는 엄청난 후폭풍이 영국인들에게 일종의 교훈이 될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다 충격이 적은 브렉시트를 찾아가는 과정이 모든 영국인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린 전 회장은 현재 기자직을 내려놓고 사업가 혹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자 시절 버릇이 남아 있다며 웃었다. “한국에 37년간 살았지만 사실 한국 곳곳을 다녀보진 못했어요.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항상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하겠더라고요. 남들은 가기 힘들다는 평양은 여러 번 가봤는데 말이죠. 기자를 그만둔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있어서 교외로 멀리 나가질 못하겠어요. 다만 지난해 평창동으로 이사했는데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산이 있어 등산하듯 산책하는 게 요즘 취미입니다. 서울은 도심과 산이 붙어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입니다. 어린 시절 영국에 있었을 땐 암벽등반을 할 정도로 산을 좋아했어요. 또 기자를 그만둔 뒤 이런저런 글을 써보려고 주말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쓰다 보면 너무 기사처럼 써져 재미도 없고 진도도 잘 안 나가요. 아직 기자 물이 많이 빠지진 않았나 봅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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