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면옥 등 노포 보존… 재개발 종합案 연말까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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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을지로 정비 재검토”

생활유산들 반영 못한채 추진
보전·정비 원칙정해 실태조사

공구 상가들 밀집한 수표 구역
종합案 나올때까지 사업 중단

영세상인들에 임시상가 공급
정비 뒤 재입주 등 대책 강화

서울시가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의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하고, 논란이 됐던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는 보존하기로 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14년 가까이 추진해 온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세운상가 일대 낙후한 환경에 대한 정비를 요구해 온 지주 등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세운지구 내 세운 3구역의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 을지다방 등은 중구청과 협의해 철거를 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구청 사업시행 인가가 나지 않은 인근 지역인 수표 도시환경정비구역도 종합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상인 이주대책이 미흡하고 대단위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공구상가 철거에 따른 산업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시는 추후 세운지구와 수표구역 내 생활유산과 공구상가에 대해 원칙을 정해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을 재검토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유주(지주)와 상인, 시민사회단체,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들고 협의해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운상가 일대 영세상인 관련 대책으로는 △임시상가 우선 공급 △사업 완료 후 상가 재입주 △우선 분양권 제공 등 기존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는 공공 임대상가를 조성해 영세 상인에게 제공하는 ‘공구 혁신센터’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운지구는 1970년대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전기·전자 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지역이다. 현재 금속·기계, 조명·전기 등 영세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다. 도심 산업의 핵심축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건축물과 기반시설 노후화로 인한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06년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사업이 지연됐다가, 2014년 3월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최종 결정되면서 정비 사업이 진행돼 왔다. 변경안에 따라 시는 지구 내 8개 대규모 구역을 소규모(1000∼3000㎡)와 중규모(3000∼6000㎡) 구역 등 171개 구역으로 나누는 구역별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최근 세운 3-1·4·5 구역 철거가 진행되면서 상인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면 재검토’를 언급했고, 일주일 만에 시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시는 이와 함께 중구 인쇄업, 가구·조명상가와 종로구 귀금속 상가, 동대문구 의류 상가, 문구·완구거리 등 집적된 전통 도심제조업 산업 생태계에 관한 육성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 온 소중한 생활유산에 대해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