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과 낳아도 現남편 자녀”… 출생신고 문제 많다

- 가족관계등록법 토론회

이혼전 임신땐 법적남편 자녀
이혼후도 복잡한 소송 거쳐야
엄마이름 적지 않고 출생신고도
병원·취학등 사회적보호 못받아

#1=올해 8세가 된 하늘이(가명)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자랐다. 엄마 A 씨는 하늘이를 갖기 전에 오랜 기간 연락이 두절된 법률상의 남편 대신, 자신에게 잘해주던 다른 남성 B 씨와 지냈다. B 씨와 헤어진 뒤 하늘이 임신 소식을 알게 된 A 씨는 병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A 씨는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선 법률상 남편의 자녀로 신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도 포기했다. 하늘이는 아프면 옆집에 사정을 말하고 이름을 빌려 병원에 다녔다. 취학연령이 되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고, 마침 법률상 남편에게 연락이 와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이조차도 어려웠다. 집에서 출산해 분만기록이 없어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출생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 등 법률적 요구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2=조직폭력배 출신 남편에게 의처증과 함께 수시로 폭행을 당하던 C 씨는 집을 나가 숨어 살다가 동거남을 만나 자녀를 낳았다. C 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없어, 동거남과 의논 끝에 출생신고를 아이 엄마의 이름을 적지 않는 모미정(母未定)으로 했다. 현행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고 있다. 이혼하기 전에 출생한 다른 남성과의 자녀는 아내가 이혼을 한 후에도 친생부인 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송을 거치지 않으면 실제 친부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이처럼 실체 관계와 부합하지 않은 출생기록이 다수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출생을 부모가 직접 신고하는 출생신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각종 이유로 신고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영아 유기나 편법 입양 등의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설재순 전국여성법무사회 여성법연구위원장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인권으로 바라본 출생기록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출생신고가 돼야만 사회의 일원으로 복지 혜택 및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아동의 출생신고는 절차가 허용하는 한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며, 아동의 인권보호라는 관점에서 출생신고 절차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감한 가족관계 관련 개인정보가 철저히 보호되면서 필요한 공적 증명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 제도의 보완·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