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이순신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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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유명 관광지를 가면 ‘인증 샷’을 찍는 곳이 있다. 서울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광화문 네거리 중심에 서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바로 그런 곳이다. 올해로 반세기가 된 이 동상은 대한민국의 대일 국교 정상화 이후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는 물론 월드컵의 열정과 촛불시위 속에서도 수호신처럼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다.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전론이 제기됐지만 ‘이순신 동상 = 역사’라는 다수의 지지에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21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넓히는 계획의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곳에 촛불시위의 상징물을 새긴다고 발표한 데 대해 반대 여론이 거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급히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 발상부터 의심받고 있다.

이순신 동상은 한일협정 체결 직후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종필 당시 민주공화당 의장에게 “세종로 네거리에 일본이 가장 무서워하고 외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라”고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협정 체결 반대 여론을 위무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애국선열 조상(彫像)위원회’가 발족돼 이순신 장군을 시작으로 세종대왕 등 15개 동상을 건립했다. 그중 이순신 장군의 동상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제작비를 댔다. 1968년 4월 27일 18m 높이의 동상이 건립됐는데 조각가 김세중 서울대 교수가 제작을 맡았다. 여느 장군의 동상과는 달리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장검이 쥐어져 있어 ‘패장(敗將)’이라는 지적에다 전투복 치고는 긴 치마 같은 전복(戰服)이란 논란도 있었다. 김 전 총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군사 훈련할 때 얼마든지 오른쪽에 칼을 들 수 있다”고 일축했다. 미술 평론가들은 “오른손으로 금방 칼을 빼 들어야 하는 장군이 아니라 이미 전쟁을 끝내고 승리한 장군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고, 긴 칼은 감상자의 위치 때문”이라고 한다. 세종대왕 동상은 덕수궁 중화전 옆에 있다가 2009년 새로 만들어 지금 자리로 옮긴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기에 앞서 자기 정권만이 적통이라는 생각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구석으로 옮기고, 촛불 기념물로 장식한다는 발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머지않아 이순신도 적폐라고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