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랩 Pick’ 금주의 커플 & 스토리>야구장 앞뒤 좌석 앉았던 사이… 지인 SNS 통해 다시 알아 문자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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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율·김현태 부부

지난 2017년 6월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정하율(여·32·사진 왼쪽) 씨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 기아타이거즈는 이날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같은 날 하율 씨 개인에게도 특별한 일이 있었다. 평생 반쪽이 된 김현태(29·오른쪽) 씨를 만난 것. ‘인연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처럼 두 사람은 관중석 앞뒤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둘의 인연은 경기장 밖에서 시작됐다. 경기가 끝나고 며칠 후 하율 씨는 모르는 남자에게 SNS 메시지(DM)를 받았다. 현태 씨다.

“안녕하세요.”

평소라면 무시했을 법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하율 씨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자신의 지인 A와 팔로어 중이었던 것. 혹시 아는 사람인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어 답장을 보냈다.

“누구세요?”

현태 씨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2대 1로 기아가 삼성을 상대로 크게 이긴 날, 그는 하율 씨 앞자리에 앉은 남자라고 설명했다.

현태 씨는 자신의 뒷자리에 앉은 하율 씨에게 반해 그날 경기장에서 인증샷을 올린 SNS 계정을 다 뒤져봤다고 했다. 결국 현태 씨는 하율 씨와 함께 있던 여성의 인증샷을 발견했다. 이 계정을 통해 하율 씨 SNS 계정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뜻밖에도 하율 씨도 현태 씨를 기억했다. 현태 씨처럼 반했던 건 아니다. 하율 씨 표현을 빌리면 “앞자리서 어어어엄∼청 왔다 갔다 했던 키 큰 남자”가 현태 씨였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현태 씨가 뒷자리에 앉은 하율 씨 얼굴을 보고 싶어 관중석을 왔다 갔다 했다는 것.

SNS를 다 뒤져 자신을 찾은 현태 씨 노력이 가상하게 느껴졌지만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자신보다 어려보여 하율 씨는 현태 씨에게 철벽을 세웠다.

그러던 터에 하율 씨 핸드폰으로 A에게서 연락이 왔다. A는 하율 씨의 지인이자 현태 씨의 지인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연락해 온 A는 갑자기 하율 씨에게 같이 볼링을 치자고 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간 볼링장에서 하율 씨는 현태 씨를 발견했다. 야구장서 본 DM남이다.

“볼링장에서 현태를 보자마자 당황했어요. 근데 현태는 제가 아는 지인 A와 같이 살고 있었더라고요. 우연히 야구장에서 만난 이후 인연을 만들기 위해 모든 걸 계획했던 거죠.(웃음)”

하율 씨는 자신보다 3살 어린 현태 씨를 밀어내기 바빴다. “너가 동생 이상으로 안 보여”라며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현태 씨의 일편단심에 하율 씨는 ‘이렇게 내가 좋다는데, 한 번 만나보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애를 허(許)했다. 아이러니하게 (현태 씨에게) 잘 보이거나 내숭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하율 씨 행동에 현태 씨는 더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하율 씨 또한 자신을 좋아하는 현태 씨 모습에 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옜다’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연애가 아니게 됐다.

야구장에서 처음 본 이후 그다음 해 3월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여름에 만나 봄에 결혼식을 올린 셈이다.

“비교적 짧은 연애 기간, 남편과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건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인생관 덕분이었던 거 같아요. 그동안 전 저와 잘 맞지 않거나 관계가 틀어졌다고 생각하면 이를 회복하기보다 끊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남편(현태)은 그렇지 않아요. 한 번 맺은 인연을 절대 끊는 법이 없어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죠. 그게 느껴지는 순간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생 저를 소중하게 생각할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하하.”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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