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영장’명재권 단독결정 아닌 사실상 법원의 정무적 판단”

법조계 “기각비판 여론 의식
영장판사 5명 토론했을 것”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하루가 지난 25일에도 법조계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배경에 대해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배경에는 △사실상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 5명이 합의한 정무적 판단 △판사 출신 변호사 선임 실패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태도 등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고위직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영장이 기각되면 기소될 평판사 범위가 100명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면서 “영장이 발부된 결정적 요인에는 이 같은 검찰발 협박이 먹힌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 발부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결정했지만, 사실상 합의부처럼 운영되는 5명의 영장전담판사가 ‘현직 판사 신분의 피고인이 대규모로 늘어나면 안 된다’는 정무적 판단에 합의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통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은 최종 결정은 단독으로 내리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합의재판부처럼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영장전담을 지낸 바 있는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같은 사안에 대해 기각·발부의 기준을 얼추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판사들 간에 ‘양승태를 버려 법원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영장 심사에 판사 출신 변호사를 대동하지 못한 것도 패착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 단계에서는 통상 판사의 심리를 헤아리는 변론 전략을 펼치기 위해 판사 출신 변호사가 선임되는데 양 전 대법원장은 끝내 선임하지 못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 법정 변론은 검찰 단계에 선임된 최정숙 변호사가 계속 맡았다. 영장심사 직전까지 판사 출신 A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의 수임 여부를 검토했으나, 막판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평양·대륙아주 등 대형 로펌에 소속된 판사 출신 변호사들과도 물밑 접촉했지만 무산됐다. 여론의 질타가 거센 사안이라 로펌 이름으로 수임하는 데 부담감이 작용했거나, 방대한 사건규모에 비해 선임 비용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