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조한 ‘동대문 CES’에 기업들 “누굴 위한 행사냐” 불만

산업계 “美 CES 막 끝났는데
갑작스러운 출품 통보… 충격”

靑·산업부 “기업이 먼저 제의
일반인도 볼수있는 행사 기획”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 내놓은 제품을 아직 한국에 가져오지도 못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열흘 뒤 출품하라’는 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오는 29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사흘간 개최하는 ‘한국판 CES’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해야 하는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청와대 주문’에 따라 졸속으로 치러지는 행사라는 불만이 나온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이 CES 전시로 끝나는 게 아깝고, 국내에 확산시키고 싶다고 먼저 건의를 해와 관련 부처들이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행사를 갖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5일 산업계에는 한국판 CES를 두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 기업 관계자는 “CES에서 기업들은 20만 명이 넘는 바이어와 관람객에게 혁신 제품을 자연스레 홍보하는 기회를 얻는다”면서 “기술 제휴와 제품 납품 등 실질적인 계약도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 대 돈을 쓰면서 CES에 가는 이유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반면 한국판 CES는 참가기업과 국내 소비자 모두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에서도 CES와 유사한 콘셉트의 전시회인 ‘한국전자전(KES)’이 지난 196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나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외면받고 있다. B 기업 관계자는 “이미 국민이 언론을 통해서 미국 CES를 다 봤는데,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전시성 행사에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쌓은 브랜드와 제품 이미지가 깎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와 전시를 준비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C 기업 관계자는 “미국 CES는 기업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최소 6개월 전부터 준비한다”며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전시회를 강행하는 ‘관치 행정’에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업들의 건의로 준비된 행사로, 전시 비용도 기업에 부담되지 않도록 주관 기관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손기은·권도경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