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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28일(月)
130년 넘게 공사중인 가우디 성당은 ‘무허가 건축물’ 세계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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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바르셀로나 효자 관광상품 우뚝
광화문광장도 길게 보고 바꿔야


광화문광장을 두고 갑자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왜 사람, 아니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면 광화문광장을 손대고 싶어 할까. 대수술을 한 지 만 10년도 안 된 곳을 또 수술한다니 1000억 원 이상 들어간다는 돈도 돈이지만 같은 부위에 이런 큰 수술을 10년 간격으로 받는다면 배겨날 재간이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문득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성 가족성당)가 떠올랐다. 흔히 ‘가우디 성당’이라고도 하는 이곳은 건축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건물과 건축가의 이름을 함께 기억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매년 약 300만 명의 관광객이 2만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며, 외부만 보고 가는 관광객이 1500만 명이라 한다. 바르셀로나 최대의 명소이자 효자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도 공사 중이라 관광객들은 공사현장을 방문하는 셈이다.

그런데 1882년 첫 삽을 뜨고 지금까지 약 130년 동안 공사를 해온 이곳은 유네스코로부터 198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도 사실은 허가받지 않은 불법건축 현장이라니. 불법건물이란 사실을 아셨는지 모르셨는지 모르겠지만 2010년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바르셀로나를 방문, 완공도 안 된 성당을 준대성전(Minor Basilica)으로 승격시키고 축성 미사를 봉헌해 바티칸의 가우디 성당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원래 성당건축은 교구나 성당이 아닌 성 요셉 신앙인협회를 이끌던 출판업자 호세 마리아 보카벨라(1815~1892)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빌라르(1845~1922)가 건축감독을 맡았지만 이내 사임하고 1883년 가우디가 이어받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1926년까지 생을 바쳤다. 건축비를 전액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원칙과 스페인 내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설계에 따라 공사를 해야 해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도 돌 깨는 정 소리가 꾸준하다.

2010년경부터는 세부설계에 컴퓨터를 동원해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10개의 첨탑을 더 세워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가우디가 죽은 지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는 완공할 계획이라니 믿어본다. 글쎄 130년 동안 건축주인 하나님도, 건축가인 가우디도 “서두르지 않았다”던 일이 그리 쉽게 될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는 없다.

아무튼 성당은 이미 1885년에 소속 구청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시는 부지를 확대하면서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무허가 건축물은 철거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고심하던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1974~ )는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철거 대신 대성당은 앞으로 10년 동안 44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분할 납부하고, 시는 벌금으로 성당 주변과 대중교통수단을 정비하는 한편 원래 설계에 포함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런 해법은 수많은 관광객이 내는 입장료가 있어 가능했다. 사실 2026년 완공한다는 장담도 입장료의 힘에서 나온 것이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했던가. 우리도 이제 50년, 100년 뒤에 세계문화유산이 될 만한 건축물을 세워보자. 옛것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우리 시대, 지금을 상징할 미래의 문화유산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30세기, 40세기에도 대한민국은 건재하고 영원할 것이다. 멀리 보며 꿈꿔 보자. 조상 덕에 먹고 산다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우리도 광화문광장에만 목매지 말고 영등포에, 청량리에, 은평이나 금천에 세계인의 이목을, 시민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 줄, 미래의 관광자원이 될 멋진 광장을 만들어보자.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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