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코드’ 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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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신뢰감은 사람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은 사람은 실수해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뢰를 잃은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잘 믿지 않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목포 부동산 투기와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 의혹 등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 행태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손 의원이 지난해 2월 국가보훈처장을 의원회관으로 불러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문제를 논의한 후 결국 서훈을 받은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손 의원 부친은 광복 후 조선공산당 활동 이력 때문에 그간 6번이나 보훈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광복 이후 사회주의 활동자도 서훈을 검토한다는 취지로 내규를 바꿨다.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는 손 의원과 보훈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하다. 손 의원 부친의 해방 뒤 행적과 보훈처 내규 개정 및 유공자 선정 과정 등에서 부정청탁과 직권 남용은 없었는지 더욱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독립유공자들은 일제에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진 고문을 받아가며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숭고한 애국자들이다. 가족조차 돌볼 겨를이 없어 그 후손들은 지금까지도 반지하나 옥탑방에서 생활하는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많다. 정부는 독립운동가를 약 300만 명으로 추정하지만, 그중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유공자는 현재 1만518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했음에도 친일행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매도당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손 의원 부친처럼 광복 후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음에도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은 씁쓸하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가짜 독립유공자를 찾아내기 위한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유공자도 적극 발굴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코드에 맞지 않는 독립유공자는 적폐로 몰아 서훈을 박탈하고, 공산당 활동 전력이 있는 인사들은 유공자로 둔갑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북한 정권 수립 기여 정도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결정하는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이러다 ‘코드 독립유공자’를 양산하지 않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