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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29일(火)
韓콘텐츠시장에 넷플릭스 ‘창궐’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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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20억 들인 ‘킹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며 넷플릭스의 회당 20억 원 대작 드라마로 소문이 무성했던 ‘킹덤’이 마침내 공개됐다. 전편을 한꺼번에 내놓는 넷플릭스의 방식대로 시즌1의 6회분이 모두 공개됐고, 이미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고 한다.

두 번의 전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에서 외척 영의정 조학주가 발호하는 상황이 배경이다. 두 번의 전란은 당연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떠올리게 하고, 조학주가 자신의 어린 딸을 계비로 들여 수렴청정을 하게 하면서 혜원 조씨 천하를 여는 것은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또는 김조순이 자기 딸을 순조의 비로 들여 시작한 안동 김씨 세도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조선은 일본의 침략이 아니라 조선의 내부 문제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다고 할 만큼 세도정치의 폐해가 심각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골격이 장대했던 조선인의 평균 체형이 이 세도정치 때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세도가의 가렴주구가 조선인을 굶주리게 했다. 전통적인 민초의 삶이 배고픔과 한으로 점철됐다는 인상도 이 시기와 일제강점기의 고통으로 형성됐다고 한다. ‘킹덤’은 바로 그런 굶주림의 고통이 횡행하는 세도정치 시기의 조선 풍경에 좀비 코드를 넣었다.

세도가에 휘둘리던 왕이 죽자, 장성한 기존 세자에게 왕위를 넘겨줄 수 없었던 조학주는 금단의 비기를 써서 왕을 좀비로 살려낸다. 그렇게 ‘사람의 살과 피를 탐하는’ 괴물이 된 왕은 소년을 물어 죽이고, 굶어 죽을 지경인 환자들로 가득 찬 부산의 의원에서 그 소년의 시신으로 끓인 국을 환자들에게 먹인다. 그 국을 먹은 환자들이 걸신들린 듯 사람을 물어뜯는 좀비가 돼 부산 등에 창궐한다는 것이 시즌1의 설정이다.

권력에 굶주린 조학주와 인육에 굶주린 왕이 결국 백성을 괴물로 만든 것이다. 사람에게 달려들어 물어뜯는 괴물들은 마치 아귀와 같다. 통치할 능력을 잃은 왕과 탐욕에 가득 찬 세도가로 정치가 병들자 백성이 마침내 아귀로 창궐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좀비 코드와 조선의 배경에 정치적 통찰까지 녹여낸 것이다.

좀비떼의 습격에 사대부들이 “잡것들이 양반을 공격한다”며 혼비백산하는 장면에선 좀비 창궐이 민중봉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세도정치 시기에 농민봉기가 끊이지 않았다. 감염되지 않은 주민들을 포기하면서 경상도 지역을 완전 봉쇄하는 세도정치의 대응은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비정한 기득권 세력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킹덤’은 이렇게 단순한 서양 좀비의 조선식 재현을 뛰어넘은 설정으로 의미를 담아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으나,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이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강력하다. 해외에서도 공개되자마자 호평이 나왔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로 충분히 우리 업계에 충격을 줄 만하다.

이미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 원을 투입한 일로 확인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직접 제작한 ‘킹덤’으로 더 공고해지고 있다. 최고의 작가와 감독을 내세워 엄청난 제작비로 받쳐주니 위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창궐’하는 시절이 닥쳐오는 것일까.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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