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노인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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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정부가 ‘노인’의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단계적으로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재의 노인 연령 65세는, 기대수명이 66.1세이던 1981년에 정한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오늘의 기대수명 82.6세 관점에서 보면 비현실적이다. 노인 연령 올림에는 기초연금, 돌봄 서비스, 장기요양급여와 지하철 요금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그러면 옛날에는 몇 살부터 노인이라 했을까?

노인의 첫 글자 늙을 로(老)는 남의 도움이 필요한, 머리가 벗겨진 어른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다. 그리고 그 ‘老’ 밑에 가로 왈(曰)을 받쳐 쓴 늙은이 기(耆)도 노인을 가리킨다. 지혜로운 어르신께서 말씀하시다는 뜻이 담겼다. 나이로 보면 ‘기’는 60대, ‘로’는 70대를 말한다. ‘기’와 ‘로’를 합친 기로(耆老)는 연로하고 덕이 높은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다. 고대의 기로소는 중국 은(殷)나라의 좌학과 우학 제도에서 시작됐는데, 지혜로운 어르신들을 모셔 이 학교에서 젊은이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가르치게 했다. 이때의 기로는 ‘기’에 방점을 두어 60세를 가리켰다. ‘기·로’ 외에 연령대별로 노인을 가리키는 한자는 더 있다. 두 글자만 살펴보면, 늙은이 모(耄)는 80∼90세, 기약할 기(期)는 100세를 뜻한다.

수천 수백 년 전이라고 한자로 연령 구분만 한 게 아니었다. 노인 복지 정책도 있었다. 고대 중국의 은·주(周) 시대에는 노인들에게 녹봉을 내려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했다. 50세면 고을에서 봉양하고, 60세면 나라에서 봉양하며, 70세면 학당에서 봉양한다는 기록이 잘 말해준다. 한(漢)나라 때는 조령을 만들어 80세가 넘으면 노인 복지 혜택을 주고, 노인 모욕이나 폭행, 무단 구금까지도 철저히 금지하고 위반한 자는 엄중히 처벌했다.

유교의 나라 조선도 70세가 넘는 정2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기로소를 만들어 운영했다. 1394년(태조 3년)에 설치해 1765년(영조 41년)에 독립관서가 됐는데, 이때부터 국왕도 참여했다. 또, 1420년(세종 2년) 2월 26일부터는 70세가 넘은 대신에게 왕이 궤장(几杖)을 하사해 지팡이를 짚고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노인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집이든 나라든 경륜 많은 노인을 잘 모시는 것은 가정과 국가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