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 막겠다는 취지 훼손돼… 면제 아닌 신속조사로 개선해야”

- 세금먹는 하마 된 ‘예타 면제’… 후폭풍

전문가들 비판 잇따라
“재정 건전성 저해 심각”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워 24조 원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강행함에 따라 예산 낭비 방지와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예타의 법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혈세 먹는 하마’로 추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선심 쓰듯 지역별로 1개씩 제안받는 방식도 유례가 없는 일로 ‘지역별 나눠먹기식’이라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이 허물어지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예타 면제보다는 예타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예타는 정치적 판단으로 경제적 효과를 분석할 수 없는 예산 낭비의 극단적인 사례”라며 “1999년에 도입된 예타는 예산 낭비 방지를 위해 경제성뿐만 아니라 정책적 분석 등을 모두 종합한 조사로 이를 건너뛰는 것은 제도 자체를 식물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기 부양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명박 정부는 60조 원 규모의 예타를 진행했지만, 3년 차인 문재인 정부는 벌써 53조 원을 넘었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역대 정부 최고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타 면제 사업이 많이 늘어나 대규모 국비를 투입하는 만큼 재정에 부담이 돼 재정 건전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10년간 국비 기준 연평균 1조9000억 원이 소요돼 중장기적으로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에 문제가 있는 사업이 대거 진행되면 지역 간 갈등, 재정상 비효율이 발생할 것으로 예타 면제보다는 제도 개선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