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외로워서 만나고 괴로워서 헤어져?…고마워서 함께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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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전쟁’

‘꽃보다 할배’ 신구(1936년생)는 하늘이 그레이색인 사람들에게 오늘도 “제발 좀 나와”라고 다그친다. 유행어는 시대의 거울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는 ‘니들이 인생을 알아’처럼 들렸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운 ‘4주 후에 뵙겠습니다’도 강렬했다.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사진)은 10년 넘게(1999∼2009) 방송된 후 시즌2로 이어졌다. 결혼과 이혼은 실로 드라마 소재의 화수분이다.

아는 후배가 최근 이혼했다. 숙려기간엔 “웬만하면” 하더니 요즘엔 “오죽하면”이다. 솔로생활을 청산할 땐 “외로워서”였다. ‘약속할게요/더 이상의 외로움 없을 거란 걸’(유리상자 ‘신부에게’ 중). 다시 혼자 된 이유는 “괴로워서”다. 외로워서 만나고 괴로워서 헤어진 거다. 고마워서 함께하면 참 좋을 텐데 인생사 쉽지가 않다.

시작은 진심이었을 거다. ‘고장 난 내 가슴을/너의 환한 미소가/쉽게도 연 거야/그래 그렇게/내가 너의 사람이 된 거야’(정엽 ‘낫싱 베터’ 중). ‘새벽 비 내리는 거리도/저녁놀 불타는 하늘도/우리를 둘러싼 모든 걸 같이 나누고파’(들국화 ‘매일 그대와’ 중). 신랑은 예식에서 축가도 불렀다. ‘우리 두 사람/서로의 쉴 곳이 되어/서툴고 또 부족하지만/언제까지나 곁에 있을게’(성시경 ‘두 사람’ 중). 되짚어 보니 부부는 쉼 없이 일했지만 대화가 부족했고, 막상 아쉬울 땐 곁에 있지 않았다. ‘부족한 내 마음이/누구에게 힘이 될 줄은/그것만으로 그대에게/난 감사해요’(김동률 ‘감사’ 중). 초심을 버렸다기보다 항심을 낙관한 게 실수다. 연애는 만나는 거지만 결혼은 만드는 거다. 명심했으면 좋았을 텐데 인간사 쉽지가 않다. 지난해 ‘KBS 가요대축제’의 마지막 곡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였다. 방탄소년단도 자리를 양보(양해)할 만큼 세대를 아우른 노래다. 카메라가 잡은 객석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다. 장년은 ‘나이는 숫자/마음이 진짜’, 청년은 ‘연애는 필수/결혼은 선택’이 부분에 특히 열광했다.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설날에 물었던 고모들은 이제 조심하는 눈치다. 결혼의 빛과 그림자를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음악동네에서도 사랑과 전쟁은 다반사다. 예전엔 기구한 사연도 많았다. ‘사랑도 믿지 못할/쓰라린 세상/무엇을 믿으리까/아득하구려’(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중). 요즘 청춘의 거리에선 ‘금사빠’란 말이 나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전을 보니 ‘금방 사랑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도 ‘금사빠’다. 금방 빠져들고 금방 빠져나오는 거라면 그건 취미생활이지 사랑이 아니다.

결혼축가 중엔 이적의 노래도 인기다. ‘그대를 만나고/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그대를 만나고/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그대를 안고서/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다행이다’ 중). 이랬던 사람들이 흔들리는 이유가 뭘까. 다행과 불행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 ‘사이’가 벌어진 거다.

피로연에서 ‘유 아 마이 선샤인’을 합창한 기억이 난다. ‘You make me happy/when skies are gray’. 하늘이 쾌청할 때만 행복을 느낀다면 결혼엔 부적격자다. 혼인서약은 하늘이 그린색이건 그레이색이건, ‘병들고 지칠 때/지금처럼 내 곁에서/서로 위로해 줄 수 있나요’(한동준 ‘사랑의 서약’ 중)라고 묻는다.

음악동네의 ‘미스터 선샤인’은 가수 존 덴버(1943∼1997)다. 그는 두 번 이혼했다. 그의 히트곡 ‘선샤인 온 마이 숄더’는 어깨에 비치는 햇살의 행복감(Sunshine on my shoulders makes me happy)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햇살은 기필코 나를 울린다(Sunshine in my eyes can make me cry). 어깨와 눈 ‘사이’를 잘 유지해야 행복의 나침반이 고장 나지 않는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