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中 “떠나자, 해외로”… 日 “잡아라, 관광객”… 상반된 亞 ‘설 풍경’

中국민 700만명이상 떠날듯
부유층 아닌 농촌서도 ‘인기’

경제성장률 급증한 베트남
“해외여행 예약률 30% 늘어”

日, 베트남서 특별기 띄우고
태국은 中관광객 ‘환영 축제’

오는 2월 5일 ‘음력설(Lunar New Year’s day)’을 맞아 중국, 베트남 등에서 국내 귀성 전쟁을 벗어나 해외여행에 나서는 관광객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설 연휴 여행특수가 예상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고도성장에 힘입어 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이 급증했던 중국에 이어 최근 경제 성장세에 있는 베트남에서도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일본, 태국 등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설 여행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상황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는 2월 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설) 연휴를 맞는 중국인 중 4억 명 이상이 귀성길에 오르는 가운데 약 700만 명은 국내가 아닌 해외 유명 관광지를 찾아 여행을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올해 춘제 해외여행객은 지난해 650만 명에서 8%가량 늘어난 것으로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중국의 춘제 연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도시 지역에서 농촌 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했지만,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해외 유명 관광지로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고 이들이 소비하는 돈도 급증했다. 중국 최대 여행사 시트립(Ctrip)그룹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에 중국인 해외여행객 중 91%가 4성급 이상 호텔을 예약했고 1인당 평균 지출은 1만 위안(약 165만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트립그룹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국가가 지난해 60개국에서 74개국으로 늘어난 것도 해외여행객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며 “과거에는 주로 베이징, 상하이 등에 사는 부유층이 해외로 떠났으나 최근에는 농촌 지역에서도 춘제 연휴 기간에 해외여행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뒤이어 최근 연평균 7%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베트남에서도 2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이어지는 뗏(Tet·음력설) 연휴 기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은 뗏 연휴 기간에 온 가족이 모여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떡 ‘바인자이’ ‘바인쯩’을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지 여행업체 피디투어(Fiditour)에 따르면 올해 뗏 연휴가 9일로 길게 잡히면서 해당 기간 전체 예약자 중 60%가 해외여행을 떠나는 반면, 국내여행은 40%에 그쳤다. 베트남넷은 “국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올해 해외여행 예약 비율이 지난해보다 최소 30% 증가했다”고 전했다.

양력설을 쇠는 일본과 음력설을 지내지만 관광대국인 태국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해외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다. 도쿄(東京)올림픽이 개최되는 오는 2020년 ‘연간 관광객 4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일본은 여느 때보다 중국 등의 관광객을 잡기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2월 초 일본을 찾는 전체 관광객의 80% 이상이 음력설을 쇠는 나라에서 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급증한 베트남 관광객을 잡기 위해 후쿠시마(福島)·도치기(회木)·이바라키(茨城)현 등에서 출발하는 23편의 특별 항공편을 마련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동북지역 관광객이 줄어든 데 대한 지원책의 일환인 동시에 늘어나는 베트남 관광객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태국관광청은 설 연휴 기간에 103만 명이 자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30%에 달하는 33만 명은 중국 관광객이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오는 2월 1일 마하 짜끄리 시린톤 공주가 직접 방콕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지는 연휴 전 축제를 찾을 예정이며, 연휴 기간에는 방콕, 치앙마이, 푸껫 등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환영축제가 열린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태국을 포함해 음력설을 지내는 동아시아 국가는 북한, 대만,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달한다. 이 중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화교들의 영향으로 음력설 풍습이 생겼으며, 이들은 연휴 기간 중국 본토로 이동하거나 자국 내에서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을 따른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