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현실과 괴리된 ‘人性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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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사회부 부장

지난 2014년 말 국회는 세계 최초의 법 하나를 통과시킨다. ‘인성(人性)교육진흥법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파악해 보니 ‘법령 통과 후 4년이 지났음에도 해외 유사 사례 없음’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창적’인 이 법은 국회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기본 윤리의식, 도덕성의 붕괴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제정됐다. 법으로 명문화, 의무화된 만큼 교육 현장으로 가보면 할 일이 많다. 교육부는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짜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이에 맞춰 인성교육시행계획을 매 학년도 시작 3개월 전까지 수립해야 한다. 전국 초·중·고교는 매년 초 인성교육계획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치는 한편, 인성에 토대를 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교사들도 매년 4시간 이상의 인성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시행 초기에 말이 많았다.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 양심 결정의 자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정형화된 인성의 상을 상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학교폭력, 자살 문제는 과잉·경쟁 교육을 완화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잘못 접근했다’ 등이 그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7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학교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인성교육시행계획 수립 주기를 교육부와 같은 5년으로 맞추고 교원연수 의무조항을 수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교육부가 외부전문기관에 맡겨 실시한 2017년도 인성교육 만족도 조사에서는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긍정적’으로 파악됐다. 다만, 학부모와 외부 기관 참여 실태가 미흡했고, 교과수업 및 학교 비교과 활동의 경우 학생 만족도가 학부모보다 낮게 나왔다. 4시간 이상 의무 연수를 받았다고 밝힌 교사도 48%에 그쳤다. 법을 시행하는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시각차, 온도 차가 두드러진다.

교육감협의회가 순응적·순종적 국민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인성교육진흥법을 둘러싼 보다 본질적인 접근은 법 제정 취지와 전체 사회현안을 좌우하는 교육문제,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느냐로 파악된다. 치열한 입시경쟁과 가중되는 사교육, 굳어지는 대졸 청년실업난, 고졸 차별, 심각한 학교폭력 등의 구조적 난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물과 기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2015년 10월 문화일보 파워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꼬집었다. ‘젊은이의 인성은 나라가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수능에 목을 매서 인성이 파괴되는 지경인데 그런 것을 법으로 해서 될 일인가.’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인데도 불구, 효율성의 덫에 갇혀 일방적·획일적 교육이 일상화된 우리 교육 현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인성교육진흥법 논란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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