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훼손하는 與의 ‘재판불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묵묵부답 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오전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김경수 경남지사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로,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동훈 기자 dhk@

민주당 “김경수 법정 구속은
양승태 적폐 사단 저항” 비난
“2審 맡을 서울고법 판사들도
사법농단 관련돼 걱정” 압박

전문가들 “정치권이 앞장서
사법부 흔들며 불신 조장해”
야권 “文대통령이 해명해야”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사법부를 적폐 세력으로 몰아가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법조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법원의 판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삼권분립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며 “30일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염원으로 만들어 낸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법원의 판단이 정치 보복적인 목적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전날 급히 꾸려진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등법원의 판사들도 절대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어서 여전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재판 불복’성 발언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한 판결이냐’를 따져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판결이냐’를 따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앞장서서 사법부를 뒤흔들고 있으니 국민의 사법 불신은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여론재판으로 몰아갈 위험성이 몹시 크다”고 비판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도 “정치권이 법리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지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공격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서울고법의 판사는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도 “민주당은 야당 때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을 두고는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더니 여당이 되고는 김 지사의 재판에 대해 적폐 세력의 저항이라고 몰아가고 있다”며 “결국 민주당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으라고 사법부를 겁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답하고 이에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김 지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문 대통령은 핵심 측근인 김 지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기·김수민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