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글로벌 1위 조선社 눈앞… 고용·지역경제 ‘神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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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작년 수주 세계 1·2위 ‘한몸’
민간주도 산업 구조조정 물꼬

대우는 19년만에 새주인 찾아
인력 줄여 고용도 마찰 없을듯

출혈경쟁 벗어 수익성 좋아져
국제 수주전도 압도적 우위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 산업은행이 3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승인 결정을 내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 1·2위가 합쳐진 글로벌 초대형 조선사의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로 인해 한국 조선업계는 현재의 ‘빅 3’에서 ‘빅 2’ 체제로 전환되면서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 큰 물꼬를 텄다. 수주 회복세가 완연한 가운데 각 기업들이 혹독한 인원 감축을 통해 군살을 충분히 뺀 만큼 시장 회복과 함께 생산효율이 올라갈 경우 고용 안정화로 지역경제 회생에도 크게 기여를 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을 물적 분할해 합작사인 현대·대우조선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 신설 회사에 대우조선 보유 지분 55.7%를 현물 출자하고, 그 대신 신주를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현대·대우조선지주가 산하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별도 회사로 거느리는 형태이며,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역시 신설 지주회사에 편입된다. 이러한 구조는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의 부담을 한층 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선·해운 조사회사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신규 수주는 133억 달러, 153척이었다. 대우조선의 신규 수주 규모는 68억 달러, 47척이었다. 또 수주잔량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1, 2위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한국 조선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출혈 경쟁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고난도의 선박 수주전은 주로 한국 조선사들 간 ‘피 튀기는’ 경쟁으로 진행됐는데 이러한 출혈 경쟁은 수익성 악화의 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해양 플랜트 수주 경쟁도 마찬가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1위 회사가 되면 글로벌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번 인수전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빅딜로 대우조선은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19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2008년에는 공개 매각을 통해 인수자 찾기에 나섰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인수자금 마련에 실패하며 매각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만 13조 원에 달한다. 특히 2016년 5조 원대 분식회계 여파로 경영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 대우조선은 혹독한 인원 감축에 들어가 지난해 말 현재 인원을 9500여 명으로 줄였다. 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2015년에 비해 약 4000명이 감소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매년 인원 감축을 해왔다. 해양플랜트 부문에 유휴 인력이 있긴 하지만 최근 시장 회복세가 가팔라 인력 운용상 부담은 덜해진 편이다. 2014년 1만9500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1만5000명으로 줄였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인수에 따른 노조 반발을 우려, 협상 과정에서 고용 안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회경·황혜진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