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그는 신인인가, 신스틸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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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의 기세가 무섭다. 개봉 12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설 연휴를 뜨겁게 관통하고 있다. 1000만 등극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극한직업’은 3박자가 들어맞는 영화다. 일단 ‘스물’과 ‘바람바람바람’을 연출하고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각색했던 이병헌 감독의 ‘감’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살아 숨쉰다.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들에게는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줘도 모자라다. 그리고 웃고 싶었던 관객이 호응했다. 덕분에 ‘극한직업’은 2019년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웃게 만들고 있다.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류승룡과 ‘범죄도시’와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 진선규, 더 이상 미스코리아라는 수식어에 갇혀 있지 않은 이하늬의 틈바구니 속에서 많은 관객들은 쉼없이 꿈틀대는 ‘젊은 피’를 발견한다. 공명이다. ‘극한직업’에서 의욕이 앞서는 열혈 형사 재훈 역을 맡은 공명은 결코 뒤처지지 않고 선배들에게 보폭을 맞춘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배우 공명의 재발견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하고 싶다’고 소속사 팀장님을 졸랐어요. 감독님과 오디션이 아닌 미팅 자리를 가진 후 참여하게 됐죠. ‘독수리 5형제’의 마지막 멤버였어요. 극 중 고반장 역을 맡은 류승룡 선배님이 이름 석 자만 듣고도 ‘정말요? 하고 싶어요’라고 외쳤어요. 제게는 하늘 같은 선배님인데 현장에서 진짜 잘 챙겨주셨죠. ‘그냥 형이라 불러’라고 하며 편하게 이끌어주셨어요. ‘극한직업’은 제게 정말 많은 공부가 된 작품이었죠.”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막내 형사 재훈의 모습은 공명과 꽤 닮았다. 선배들의 관록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앞장 서서 분위기를 돋우고 파이팅을 외친다. 게다가 코미디 연기를 대하는 느낌도 준수하다.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하며 코믹 웹드라마를 경험한 덕분이다. 당시는 신인 배우 5명이 좌충우돌했지만, ‘극한직업’은 내공있는 배우들이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물샐 틈 없는 연기로 퍼즐을 맞춰나가는 작업이었다.

“선배님들의 노련함에 새삼 감탄했어요. 서프라이즈 5명은 신인들의 패기롤 앞세워 ‘으›X으›X’하자는 분위기였죠. 그 때도 지금도 5명이 뭉친 ‘독수리 5형제’인데 느낌은 많이 달라요, 하하. 제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와’하는 감탄의 연속이었죠.”

공명은 어느덧 데뷔 6년차다. 서프라이즈에서는 서강준이 가장 먼저 빛을 보기 시작했고, 공명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드라마‘ 혼술남녀’와 ‘변혁의 사랑’ 등에서도 매력적인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은데 이어 ‘극한직업’으로 또 하나의 의미있는 방점을 찍었다.

“서프라이즈 안에서의 위상이요? 그런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아서…. 워낙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해와서 누가 잘 나가고, 못 나가고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해나가고 있어서, 만나면 서로 응원해주는 편이죠. 제가 요즘 잘 나간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매일 모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프라이즈 동료들이 항상 곁에 있다는 생각 만으로도 든든해요.”

당분간 ‘극한직업’은 공명의 대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우에게 대표작이 있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그 작품 하나만으로도 평생 자신을 설명할 수 있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이름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공명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하며 이병헌 감독, 선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자신의 몫은 스스로 해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를 안겨줘도 빛을 내지 못하는 배우들이 적잖다. 그런 의미에서 공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극한직업’으로 저를 알리게 된다면 그것만큼 기쁜 게 없을 것 같아요.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는데, 그 결과물 역시 사랑받는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요즘 칭찬도 많이 받지만, 그런 칭찬에 너무 취해있지 않으려 합니다. ‘자만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의 제 마음이에요. 이 마음을 발판 삼아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