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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07일(木)
‘홍역’ 앓는 지구촌…‘백신괴담’이 病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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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물 간 질병’서 ‘전세계 확산’ 왜

작년 감염자 수 22만명 넘어
전년보다 46.4%나 크게 늘어

韓·佛·英 방역선진국도 유행
美 일부州선 비상사태 선포도

‘백신이 자폐 유발’ 논문 이후
선진국서 예방접종 거부 확산

‘백신에 돼지추출물 포함됐다’
이슬람선 종교적 낭설에 기피


미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한국 등 소위 국제사회에서 손꼽히는 방역 선진국들에서 ‘한물간 질병’으로 치부됐던 홍역(measles)이 대유행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 퇴치된 질병으로 여겨져 경계심이 무뎌진 데다 일부에서는 백신 부작용이 크다는 ‘백신 괴담’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병이 더 퍼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는 남부 클라크 카운티에서 홍역 환자 35명이 발생하자 지난 1월 28일 홍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다. 워싱턴주 보건 당국은 “홍역은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고감염성 질병”이라며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번질 수 있는 위험한 공중보건 상태”라고 밝혔다. 환자 중 1명을 제외한 34명은 영·유아 환자고 이들은 모두 예방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주 외에도 지난해 말 뉴욕 지역에서 2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홍역 완전 퇴치국 미국의 자부심이 무너졌다.

홍역의 창궐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홍역 감염자 수는 22만9068명으로 2017년 15만4403명보다 46.4% 급증했다. 기존에 홍역 환자 발생이 많았던 동남아시아의 경우 환자 수가 2017년 7만9369명에서 지난해 7만3133명으로 다소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유럽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는 2만5465명에서 5만9578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가 4782명에서 3만5120명으로 급증한 것이 환자 수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 역시 환자 수가 2017년 518명에서 지난해 2787명, 영국이 280명에서 908명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등 미주 지역의 경우 홍역 환자 수가 2017년 850명에서 지난해 1만6966명으로 20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등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도 홍역 환자 수가 1만1095명에서 2만3607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호주에서 지난 1월부터 영·유아를 중심으로 홍역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한국, 미국 등에서도 홍역 대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학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20년도 안 돼 홍역이 다시 활개 치게 된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백신 괴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의학전문지 랜싯에 홍역·볼거리·풍진 등을 동시에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게재한 이후 ‘접종 기피’ 현상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이 연구 결과는 데이터 조작, 자의적 해석 등으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가 자녀들의 백신 접종을 피하는 상황이다. LAT에 따르면 클라크 카운티의 경우 전체 유치원생의 76.5%만 백신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4년부터 트위터에 “백신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홍역 백신이 암, 당뇨병까지 유발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유럽에서도 홍역 예방접종률이 85%를 밑돌고 있으며 접종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이탈리아에선 백신 접종 의무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현 여권이 총선에서 승리한 뒤 법 개정에 나서자 월터 리치아디 국립보건원장이 반발,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동, 동남아 지역의 경우에는 홍역 백신이 이슬람 율법에서 금하는 동물인 돼지 추출물로 제작됐다는 낭설이 돌면서 많은 종교 지도자가 백신을 맞히지 말도록 신도들에게 전파하는 실정이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최근 태국 무슬림 거주지역에 대규모 홍역이 창궐한 데 대해 많은 지역 이슬람 지도자가 백신 접종 거부를 종용한 것이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아이들의 예방접종은 그들의 기본권이자 필수”라고 지적했다.

의학계는 홍역 백신의 경우 1회 접종만으로도 93% 예방 효과가 있고 2회 접종하면 거의 완벽히 홍역을 피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반대로 백신 접종으로 부작용이나 질병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WHO는 올해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의 하나로 ‘백신 거부’를 꼽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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