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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07일(木)
트럼프-金 ‘나쁜 거래’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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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前 외교부 차관

20일 뒤 열릴 2차 미·북 회담
비건 美대표는 對北 환상 없어
트럼프 충동과 北 전술이 변수

한국은 ‘쇼’ 아닌 본질만 봐야
ICBM과 한미동맹 거래는 最惡
주한미군 무관성 확약은 필수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부터 평양에서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와 회담하고 있다. 오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름하는 사전 협상이다. 이런저런 보도들이 있지만,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의외의 도우미가 있다. 비건 대표가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대에서 임명 후 처음으로 가진 공개 연설 속에 미국의 속내가 상당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비건 대표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생각이 다르며, 싱가포르 회담 이후 기대한 만큼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미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게 공정한 평가”일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둘째, 미국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생산시설 폐기는 물론 포괄적 신고와 검증, 핵분열 물질 및 핵무기, 미사일과 발사대, 생화학무기 등 다른 대량파괴무기(WMD)의 반출과 파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미국 협상 대표가 이렇게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셋째,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의 관심 사항까지 포용하는 포괄적 접근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을 떠나가는 그 시간에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고 (미·북 간) 대사관에 국기가 게양되며 (평화)조약이 서명”되는 ‘이상적인 결말’을 언급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넷째, 비핵화 과정은 상호적·동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미·북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수립 이 세 트랙의 완결은 동시에 이뤄지지만, 그전에 주고받기식 진전들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재 해제와 비핵화의 순서에 대해서도 “제재 해제 이전에 비핵화가 완결돼야 하지만, 비핵화가 모두 끝나야만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고는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면서 비핵화 진전이 있으면 적정 수준의 제재 완화가 가능함을 밝혔다.

27∼28일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한다면서 이 지침에 따라 정상회담의 구체적 성과물, 협상과 신고 로드맵 합의, 비핵화를 포함한 협상 목표에 대한 미·북 간 공통 인식을 만드는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먼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를 확인하는 미국 전문가 팀 파견을 당장의 성과로 추진하고, 그다음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실무 협상 로드맵을 합의하며, 이를 위해 국제 기준에 맞는 비핵화 개념을 북한이 수용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언급한 플루토늄 및 농축우라늄 생산 시설, 특히 영변 핵재처리시설 폐기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대가로 미·북 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합의와 적정 수준의 제재 완화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임을 분명히 한 비건 대표의 발언은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그가 북한의 의도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지 않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상대는 북한이다.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도 있다. 우리로선 장거리미사일(ICBM) 위협과 안보 태세 약화를 주고받는 나쁜 거래의 위험성을 늘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북 정상회담 전에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타결한 건 아주 잘한 일이다. 종전선언은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많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적 선언”이며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의 지위하고는 전혀 관련 없다”는 점을 북한과 확실히 해야 한다.

한편, 지난 일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없다고 해서 한숨 돌렸지만, 같은 인터뷰에서 주둔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면서 “글쎄 언젠가”라며 슬그머니 뒷문을 열어 놓은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회담에서 지난번에 못지않은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로선 회담 결과만이 중요하다. 만에 하나 땅을 치는 일이 없도록 빛 샐 틈 없는 한·미 공조에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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