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20.3.29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08일(金)
길을 잃으면 더 좋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필리어스 포그 씨의 여정을 따라간 지도. 당대의 열차, 증기선, 돛을 단 썰매 등 고증을 거쳐 그렸다. 비채 제공

- 소설 & 지도 /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 한유주 옮김 / 비채

햄릿 · 모비딕 · 오만과 편견 등
걸작소설 19편 스토리 지도化
작가만의 작품 해석 담았지만
독자만의 세계로 떠날 것 당부


소설의 세계를 한 장 혹은 몇 장의 지도에 담을 수 있을까. 오디세우스의 장대한 모험이, 햄릿의 고민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상상한 우주 공간이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소설 & 지도’는 이 쉽지 않지만 흥미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책에는 19편의 위대한 작품의 이야기가 지도로 제작돼 있다. 소설이 인간과 삶, 세상에 대한 작가의 상상물이라면 ‘소설 & 지도’는 작가의 상상물에 대한 2차 조감도라고 할 수 있다.

작업은 편집자이자 작가인 대니얼 하먼이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루 더그라프에게 소설 지도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더그라프는 이미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반지의 제왕’ 등 영화를 지도로 만든 이력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릴 때도 오디오북을 듣는 더그라프는 고전 작품과 씨름해 볼 수 있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일단 이미 지도로 제작된 적이 있는 작품은 제외했다. ‘나니아 연대기’ ‘호빗’ ‘얼음과 불의 노래’가 빠졌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혹은 책 표지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결정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 경우도 제외했다. 이 기준에 해당된 것이 ‘피터 팬’ ‘해리 포터’ ‘레베카’ 등이다. 맨땅에서 시작한다는 원칙으로 처음엔 50편의 목록을 만들었다. 하지만 가능한 한 객관적인 사실, 그러면서도 주관적인 해석, 특히 누구도 하지 않았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을 지도라는 시각적 틀에 재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결국 19편의 지도를 만들었다. 해당 소설의 지도와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 그리고 왜 이 같은 지도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함께 들어 있다.

19편의 지도는 모두 다르다. 지도라는 일반적인 정의에 가장 가까운 것은 ‘로빈슨 크루소’의 지도다. 로빈슨 크루소가 표류해 28년을 보낸 섬의 지형물 지도이기 때문이다. ‘오디세이아’ ‘80일간의 세계 일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주인공의 동선을 풀어냈다.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의 토끼’도 등장하는 토끼 스물두 마리와 붉은부리갈매기 한 마리의 물리적 움직임을 담았고, 5막으로 이뤄진 ‘햄릿’은 막별로 햄릿을 포함해 오필리아, 클로디어스 등 주요 인물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일반적인 지도가 아닌 것도 있다. ‘모비딕’의 경우 피쿼드 호의 구조와 피조물 고래의 해부도를 보여주고, ‘오만과 편견’은 베넷 부인과 엘리자베스의 마음의 행로를 지도로 담아냈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은 더그라프와 하먼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른 우주의 구조를 그렸다. 서가로 둘러싸인 정육면체가 끊임없이 연결된 것이라는 보르헤스의 우주가 그들만의 상상으로 재현돼 있다. 배경, 주인공, 이야기에 대한 공감각적 소설 읽기다.

사실 이 작업은 특별하지만 동시에 특별하지 않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 역시 누구나 소설의 배경을, 인물의 궤적을, 그들의 계보도를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자기만의 지도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 지도는 이야기 전개와 함께 끊임없이 바뀌고 확장된다. 자기만의 지도가 없으면 어느 누구도 소설 읽기를 계속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소설 & 지도’는 무수한 독자가 만드는 무수한 지도 중 한 장이다. 상상하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면 상상력은 그곳에 갇히곤 한다. ‘소설 & 지도’가 결정판이 아니라 참고 자료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저자들도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인구 밀집 지역을 대강 파악할 수 있듯이 이 책에 실린 지도는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고선”이라고 했다. 이 지도는 우리가 길을 모를 때 참고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버리는 그런 지도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어버리게 하는 지도이길 바란다고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지도는 기본적으로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소설 지도는 달라야 한다. 이미 아는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삶과 장소 너머로 계속 여행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지도이기 때문이다. 자기 위치를 확인하기보다는 길을 잃어버리는 게 우리의 목표다. 여러분이 좀 더 길을 잘 잃도록 돕겠다.” 위대한 소설은 하나의 해석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도 최고의 율법이나 최후의 판결이 되지 않는 미완성의 세계다. 독자에 의해서만 온전히 드러나는 그 세계. 그러니 화려한 시각화에 뛰어난 이들이 만든 지도는 거대한 세계를 여행하는 하나의 참고 자료다. 이를 들고 다시 작품 세계 안으로 들어가 결국 자기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소설의 진짜 지도다.

덧붙여 이 지도책은 갈수록 시각화되고 글보다는 그래픽이 점점 중심이 되는 우리 시대 책의 흐름을 보여준다. 136쪽, 2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남녀 3명 ‘이상한 동거’…살인 부른 여친의 ‘세치 혀’
▶ “코로나19 검사 한국식으로”…독일, 이제서야 무증상도 검..
▶ 교육부, 원격수업안 발표… 사실상 ‘온라인 개학’ 검토
▶ 부유층들, 코로나19에 호화 벙커 사들이고 외딴 섬 피신
▶ ‘유아인 경조증 의심 글’ 대구 정신과 의사 숨진 채 발견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제주여행 모녀 ‘선의의 피해’ 발언 ..
21대 총선 비례투표지 민생당, 미래한..
‘나딱찾’ 223만 회 이용 열풍… 정치 ..
수강 학생 183명 중 40명 F학점 …중..
‘의료진도 지쳤다. 이제라도 外國人 입..
남녀 3명 ‘이상한 동거’…살인 부른 여친의 ‘세..
topnews_photo 상해치사 혐의 20대, 1심서 징역 6년…쌍방 항소 2심 항소기각, 같은 형 선고 여자친구도 항소심 진행 중 여자친구의 거짓말에 속아 그녀..
mark교육부, 원격수업안 발표… 사실상 ‘온라인 개학’ 검토
mark임성재 “페덱스컵 1위 뿌듯…‘느린 템포’ 스윙, PGA서 먹혔죠”
‘성범죄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코로나 집단감염..
“코로나19 검사 한국식으로”…독일, 이제서야 무증..
‘유아인 경조증 의심 글’ 대구 정신과 의사 숨진 채..
line
special news 황교안 “교회, 신천지와 달라…교회내 감염발생..
“교회에 집단감염 책임 있는 듯 매도하는 건 잘못된 처사”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8일 신종 코로나바..

line
대구 의료인 121명 확진…“44명은 신천지 신도”
“조주빈 후계자 담당판사 바꿔라”…총 35만명이 청..
부유층들, 코로나19에 호화 벙커 사들이고 외딴 섬..
photo_news
손석희 “김웅 배후에 삼성 있다는 조주빈 말 믿..
photo_news
‘5분만에 감염 확인’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line
[Interview]
illust
주철환 “마음에 희망·소망 그물 치면… 삶이 의욕으로 차오르..
[Review]
illust
‘악마의 삶’ 조주빈 신상공개… ‘위성정당 내로남불’ 이해찬
topnew_title
number 제주여행 모녀 ‘선의의 피해’ 발언 강남구청..
21대 총선 비례투표지 민생당, 미래한국당,..
‘나딱찾’ 223만 회 이용 열풍… 정치 무관심..
수강 학생 183명 중 40명 F학점 …중앙대 경..
hot_photo
미국 단역배우, 코로나19 치료제..
hot_photo
영국 존슨 총리, 코로나19 확진…..
hot_photo
“밖으로 나와라” 영상 올렸다 체..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