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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08일(金)
“50년, 100년뒤를 책임질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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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석학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 충정각에서 “한국의 원전 공포는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며, 탈원전은 세계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원자력계 노벨상 ‘로런스賞’ 수상 장윤일 박사 (美 아르곤연구소 석학연구원)

세계 인구 증가 추세로 봤을때
2050년 현재 2.5배 전력 필요
2100년엔 4배까지 폭증 예상

석탄발전, 오염·온실가스 문제
원자력은 그런걱정 없어 친환경
석유 비싸고 천연가스는 한정적

핵융합 발전, 안전 제어 힘들어
태양광·풍력은 넓은 땅 필요해
영토 좁은 한국에는 맞지 않아

탈원전 獨, 부족전력 석탄 대체
5년간 신재생 200兆 투자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자리걸음


“제가 몸담고 있는 아르곤국립연구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손잡고 개발하던 고속원자로가 실증로 건설을 앞두고 한국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중단됐습니다. 한국이 세계 원자력계의 주도권을 쥐고 10∼20년 뒤 먹거리를 창출할 기회가 날아갈 판입니다.” 10일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 충정각에서 만난 장윤일(77)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석학연구원의 목소리엔 아쉬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장 석학연구원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원자력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런스상’을 받은 원자력 분야 권위자다. 아르곤연구소는 미국에서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위한 원자력 연구 목적으로 1946년 설립된 국립 연구 기관이다. 오랫동안 아르곤연구소에 몸담으면서 고국에 선진 기술을 전하고, 한국의 원전 기술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꼈던 그에게 원자력을 해악 취급하는 최근의 한국 분위기는 과학자로서 견디기 힘든 모욕일 터였다. 장 석학연구원은 출국 하루 전 이뤄진 인터뷰 내내 안타까운 어조로, 그러나 차분하게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카이스트에서 강연하면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화제가 됐다.

“2주 전에 한국에 들어와서 카이스트에서 1학점짜리 강의를 2주일 동안 했고, 원자력연구원에서도 한 번 세미나를 했다. 금요일(1월 25일) 카이스트 세미나 때 대전 지역 언론을 초청했는데, 그 내용이 많이 알려졌더라. 오늘 서울대에서도 특강을 했고, 내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오늘 서울대 강의는 널리 알리지 못했는데도 대형 강의실이 꽉 찼다. 그만큼 원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사과’라고 아시나. 원전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캠페인을 하시는 분들인데 오늘 특강에 오셨다. 한 분은 과거 국가정보원에서 높은 자리에 계셨다는데, 탈원전 정책을 보고 답답해서 시민운동에 나섰다고 하시더라.”

―강연에서 오는 2050년이 되면 전력이 2.5배 더 필요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 수요를 꼭 원자력으로 충당해야 하는가.

“지난 50년 동안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비례해 1인당 전기 소비도 증가해왔다. 세계 인구 증가 추세를 볼 때 2050년에는 현재의 2.5배, 2100년에는 4배까지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50년, 100년을 보면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다. 과거에는 50% 이상을 석탄으로 발전을 했다. 그런데 석탄 발전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 오염을 일으키고,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문제도 있다. 석탄 다음으로 쓴 게 석유인데, 값이 너무 비싸지니까 발전용으로 적합하진 않다. 천연가스의 경우 한국은 수입해 쓰는 실정이고, 미국에선 발전용으로 많이 쓰긴 하는데 매장량이 한정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핵융합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수소 2개를 합하면 아주 높은 온도에서 에너지가 나온다. 수소폭탄의 에너지가 원자폭탄보다 더 크다. 하지만 그걸 안전하게 제어하는 게 어렵다. 온도를 수천 도로 올려야 되고, 플라스마가 불안정하니까 가둬둘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르는 핵융합이 성공할 때까지는 원자력이 주전력원으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너무 희소하다. 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하려면 넓은 땅이 필요하다. 태양광은 원자력에 비해 50배, 풍력은 400배 규모의 땅이 있어야 한다. 미국처럼 땅덩어리 큰 데서는 할 수 있지만, 한국처럼 땅이 좁고 인구가 많고 농토가 있는 곳에서는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원전은 점차 없앤다는 방침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가 일반인 눈에 깨끗하고 안전해 보이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깨끗하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려면 땅도 많이 필요하고, 특히 태양광은 해가 나야 발전할 수 있어서, 연간 전체로 보면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20%밖에 안 된다. 나머지 80% 때는 또 대체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독일처럼 태양광 발전의 부족분을 채우려고 석탄을 때면 결과적으로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독일에서 지난 5년 동안 탈원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우리 돈으로 200조 원을 투자했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미국 사례를 봐도 전력 수요의 한 10%까지 태양열이나 풍력으로 충당할 수 있는 정도다. 신재생에너지는 값도 비싸다. 한국의 정산 단가를 보면 원자력에 비해 풍력이나 태양광이 3.5∼4.5배 비싸더라. 비싼 돈을 들여서 20%만 발전한다면 문제 아닌가. 소규모로 지붕에 태양광 패널 깔고 가정용으로 발전할 수는 있지만, 큰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커다란 에너지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적으로 환경론자들이 주로 원전을 반대한다. 반면 원전이 오히려 친환경적이란 주장도 있다. 어떤 게 사실인가.

“원전이야말로 친환경이다. 온실가스가 안 나온다. 미세먼지도 석탄화력발전과 비교하면 안 나오는 수준이다. 발전소 건설에 강철도 생각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강철을 원전의 10배 이상 써야 된다. 땅이 필요하니 산림도 훼손하고.”

―원전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일본 후쿠시마(福島) 사고가 탈원전의 계기가 됐는데.

“원래 원자로는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선이 바깥으로 못 나가게 돼 있다. 2차 방어선인 원자로 용기가 강철로 돼 있고, 궁극적 방어선인 5차 방어선은 안에서 무슨 반응이 일어나도 밀폐시키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격납 건물(containment building)이다. 미국에서 1979년에 사고가 나서 원자로가 용해되고 방사능이 새어 나온 적이 있는데, 그것도 격납 건물 바깥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격납 건물 안쪽에서는 3m 정도 물에 오염된 방사능이 많았는데, 그 바깥으로는 거의 안 나왔다. 한국에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다. ‘포항이나 경주에 지진이 나서 고리, 월성 원전에 사고가 생겨 후쿠시마처럼 되면 어떡하느냐. 그러니 탈원전 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후쿠시마에서 2만 명 정도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이는 일본 역사상 최대의 지진·쓰나미로 인한 피해다. 원자로 사고로 인한 사망은 없었다. 쓰나미로 원자로 3기의 비상 발전용 디젤 연료탱크가 쓸려가서, 전원이 끊겼을 때 비상 설비가 작동하지 못해 사고가 생긴 것이지 원자로 자체는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다. 또 후쿠시마 지진은 규모 9.0이었다. 경주, 포항 지진은 5.4 내지 5.8 정도였다. 9.0과 5.4는 2배 정도 차이가 아니라, 10의 9승과 10의 5.4승의 차이다. 지진 폭 차이가 4000배다. 파괴력은 25만 배다. 5.8 지진과 비교할 경우엔 지진 폭이 1600배, 파괴력은 6만4000배다. 후쿠시마 지진 때도 원자로는 멀쩡했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내진설계가 돼 있으므로, 한국에서 지진으로 원자로에 피해가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은 아직도 ‘죽음의 땅’이라고 하지 않나.

“체르노빌은 원자로 설계부터 잘못돼 있던 경우다. 원래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만들려고 개발한 건데, 그걸 상용화로 연장시켰다. 원자로는 파워나 온도가 올라가면 ‘부반응도’(negative reactivity) 시스템에 의해 줄이게 돼 있다. 세계의 모든 원전은 규제상 그게 필수다. 그런데 체르노빌 원자로는 온도가 올라가면 파워도 올라가게 돼 있었다. 또 해서는 안 되는 실험을 불법적으로 했다. 증기 폭발로 원자로가 폭파됐고, 노심(爐心)이 노출되고 흑연이 불에 타니까 불을 끄고 방사능이 분산되지 않도록 헬리콥터로 저공비행을 하면서 흙을 날라 덮었다. 200여 명이 죽을 각오를 하고 이 작업을 했고, 그중 42명이 사망했던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에서조차 인근 주민들이 받은 방사능은 안전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체르노빌 사고 이후 그 노형은 러시아에서도 전부 폐기해서, 지금은 어느 나라에 있는 어떤 원자로에서도 그런 일은 생길 수 없다. 원전에 대한 공포심에는 ‘판도라’라는 영화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 영화는 사실과는 그야말로 정반대인 상상이다. 원자로에서 그런 사고는 안 난다.”

―한국에선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했다. 노후 원전은 폐쇄하는 게 맞지 않는가.

“미국에선 100년 된 집을 계속 수리해가면서 쓴다. 유럽에 가면 수백 년 된 성도 있다. 원자로는 처음에 40년으로 인허가하는데, 미국에서는 60년으로 연장했고, 이제는 80년으로 다시 연장하려고 한다. 80년이 다 되면 아마 100년으로 또 연장할 것 같다. 원자로는 원래 튼튼하고 정밀하게 만들어서, 40년 된 원자로가 40년 된 집보다 훨씬 잘 지어져 있다. 60년 가도 아무 문제 없다. 미국이 옛날에는 원전을 60%만 운전했는데, 지금은 90% 가동한다. 원자로가 오래될수록 오히려 운전하는 사람들이 더 배우고 기술도 발전해서 보다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 한국 원자로가 40년 수명 됐다고 오래됐으니 폐쇄한다고? 40년은 오래된 게 아니다. 초기에 40년으로 정한 건 인허가 시점에서 그냥 40년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규제기관에서 일단 그렇게 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정비해서 20년씩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놓고 정부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각을 세웠다. 건설 재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요청에 대한 답변 발언을 보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려는 것 같다. 원자력을 없어져야 할 에너지원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원전, 지어야 한다. 언론에서 좀 잘 보도를 해 달라. 신규 원전은 적극적으로 지어야 한다. 원전을 안 지으니 한국에서도 독일처럼 재작년과 지난해에 화력발전소 발전량이 더 늘었다는 뉴스를 들은 것 같다. 화력발전을 많이 하면 미세먼지에 크게 악영향을 준다.”

―한국 정부는 탈원전을 주창하면서도 원전 수출은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게 말이 되나? (찻잔을 들어 보이며) ‘나는 위험해서 안 마시는데 당신은 마시라’고 주면 마시겠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40년까지 18GW 규모 원전을 짓는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큰 원자로가 보통 1GW인데, 그걸 18개 세우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원전 수출하겠다고 5개국이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는 11개국에서 35기 원자로 수주를 목표로 정부 정책으로 20∼50%를 싸게 공급하려 하고 있는데, 사우디에도 들어가겠다고 한다. 중국도 2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다 수입해다 지었는데 이제는 자기네가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한다. 한국의 ‘APR1400’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압력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이고,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원전 4기를 수출한 것은 미국에서도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험만 내세워서는 수출이 안 된다. 원전 수출은 자동차 파는 것과 다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뒷받침하는 정도로도 안 되고, 앞장서서 끌어나가야 한다. 미국도 국가 차원에서 사우디 왕세자에게 ‘AP1000’을 도입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현재 한국의 원전 기술은 어느 수준인가. 국내 학계에선 탈원전 정책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기술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지적이 높다. 반면 탈원전 지지자들은 UAE 원전도 부실시공이었다고 공격하면서 우리 기술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다.

“한국 APR1400의 원천기술은 미국에서 개발한 것이다. 1986∼1995년, 10년에 걸쳐 원자력연구원에서 200명 이상을 미국에 보내 같이 설계했다. 한빛 3·4호기 지을 때 공동설계하면서 기술을 전수 받아 한국에서 개량해서 ‘OPR1000’을 만들었다가, 이후 APR1400으로 더 개량한 것이다. 원천기술은 미국 회사 것이지만, 한국에서 기술자립을 하면서 개선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 기술이 미국 기술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탈원전을 하면 이런 기술력이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수원에서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원전 산업의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이 있지 않나. 두산중공업도 있고, 관련된 건설사, 납품회사 등도 있고. 원전 건설을 안 하면 이 체인이 다 붕괴한다. 원전을 지어야 이 노하우를 유지할 수 있는데, 한 번 없어진 체인을 다시 만들기는 힘들다.”

▲  장윤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석학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 충정각에서 한국의 원자력 개발사와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문재인 정부는 원전 건설이 아니라 해체 기술을 높여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한다.

“원전 해체는 나라가 망했을 때나 하는 것이다. 멀쩡히 쓸 수 있는 원전을 지금부터 해체하면 뭐하나. 한두 개도 아니고.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10년 더 가동할 수 있다고 연장해놓고는 폐쇄해버렸는데. 새로 창조하는 게 힘들지, 부수는 것이야 간단하다. 해체 기술로 원전 기술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해체 기술을 키워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해체비용은 건설비용의 5%밖에 안 된다. 세계에 원전 해체하려는 곳이 몇 군데 되지도 않는다. 남들은 지금 원전 짓는다고 바쁜데, 해체될 때까지 수십 년 기다릴 건가.”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가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 실제 현황은 어떤가.

“지금 탈원전하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 대만이 탈원전하려다가 국민투표에서 기각됐고. 1995년 이래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4개국에서 지은 신규 원자로만 80기다. 또 향후 10년 내 완공 목표로 건설을 시작했거나 곧 착공할 원전은 20개국에서 총 100기 정도 된다. 그 이외에도 사우디 등 원자력을 처음으로 하겠다는 나라가 30개국 정도 된다. 원자력발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것이다. 탈원전이 트렌드란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원전 반대론자들은 미국도 2029년이 되면 탈원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29년은 40년 인허가받았거나, 20년 연장 허가받은 원전들의 가동 허가가 만료되는 시점일 뿐이다. 그 전에 다시 수명을 연장하거나 새로 짓거나 할 것이다.”

―2010년대 초반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아르곤국립연구소가 차세대 원자로를 공동 개발한다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2020년까지 소듐냉각고속원자로를 만든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현재 상용 원자로에서는 우라늄을 0.6%만 쓴다.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해 농축하는 과정에서 85% 정도는 버려지고, 원자로에 들어간 뒤에도 다 태우지 못하는 게 있다. 14% 정도는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가 된다. 결국 실제 원자로에서 태우는 건 오리지널 우라늄에 비하면 0.6%에 불과하다. 그런데 고속로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면 우라늄을 100% 쓸 수 있다. 아르곤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하고 같이 개발해왔다. 고속로를 쓰게 되면 우라늄 자원을 170배 더 활용할 수 있다. 2012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원래 계획은 2020년에 인허가를 받고 2021년에 건설허가를 받아 2028년까지 건설을 마친다는 것이었다. 원자력위원회에서도 허락했고. 저는 미국에서 기술 전수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뒀다. 기술 전수를 전제로 공동 개발하고 있었다. 사람이 잘못했든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든,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게 셧다운(shutdown)할 수 있는 ‘내재된 안전성’(inherent safety) 실험도 거쳤다.”

―고속로 기술은 기존 기술과 어떻게 다른가.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건식 재처리기술)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에 있는 반감기가 긴 원소들을 다 추출해서 고속로에서 태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용후 핵연료의 평균 수명이 30만 년에서 300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핵폐기물을 처분하기가 쉬워진다. 둘째로 반감기가 긴 원소를 원자로에서 태우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켜서, 새로운 핵연료를 만들어서 나머지 99.4%를 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가 쓰는 전력의 10%를 원자력으로 사용하는데, 고속로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체 전력을 다 원자력으로 바꾸더라도 1000년을 쓸 수 있다. 매장된 우라늄이 다 없어지면 토륨(thorium)을 쓰면 된다. 그건 우라늄보다 더 많다. 원자력이 무한정한 에너지 소스가 되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핵폐기물 반감기를 줄일 수 있고, 습식 재처리기술에 비해 비용도 절감된다. 강력한 산을 이용해 우라늄을 녹이는 기존 습식 재처리 방식은 공장도 훨씬 크게 지어야 한다.”

―원자력 분야에서 혁명적으로 앞서갈 수 있는 기술처럼 들리는데. 2021년에 건설허가를 받을 계획이라면 기술 상용화가 눈앞에 온 것 같다.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이거 해서 뭐하냐’고 해서 내년까지만 진행하고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 같다. 아르곤과 같이하던 연구도 지금 다 중단됐다. 고속로 설계는 완성돼 있었고 인허가받을 단계였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는 실정이다. 이제 실증로를 건설해서 사용후 핵연료에서 나오는 반감기가 긴 원소를 태우는 것 등을 실증해야 하는데, 실증로를 함께 만드는 작업이 중단돼 버린 것이다. 2012년 3월에 시작했으니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는데…. 사실 아르곤에서 한 번 은퇴했다가 다시 들어갔던 것도 이 프로젝트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진행하도록 주선하기 위해서였다. 세계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원자력 최첨단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연구인데 안타깝게 됐다. 이걸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으면 원자력의 선도국이 되면서, 원전개발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 원전 수출에도 훨씬 유리할 테고. 과학을 기준으로 정책적 판단을 하면 좋을 텐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는 게 아쉽다. 한국이 전자·정보기술(IT)로 지금까지 경제를 올려놨는데, 이미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뭐로 경쟁할 것인가. 차세대 원자로 하나 개발해놓으면 국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다른 나라에서도 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나.

“제가 이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렇게 좋은 기술이면 왜 프랑스나 일본은 안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나라들은 재래식 고속로를 개발하려고 수십조 원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해놨다. 그걸 폐기하고 새로운 원자로를 만들겠다고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가 유럽에 가서 이 기술을 소개했더니 ‘우리 말(馬)은 벌써 강에 들어갔다’고 하더라. 강을 건너든 빠져 죽든, 강 한가운데서 말을 바꿔 탈 수는 없는 상황에 화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는 다르다. 미국에서 기술 이전은 받지 못하지만, 자체적으로 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언젠가는 따라온다. 한국이 안 하면 결국 중국이나 인도가 고속로 기술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로런스상을 받은 연구가 이 고속로 개발과 관련된 것 아닌가.

“맞다. 파이로프로세싱까지 적용된 일체형 고속로를 개발한 공로로 1993년에 로런스상을 받았다.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젊은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 언젠가 다음 한국인 수상자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르곤연구소에는 처음에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엔리코 페르미가 1942년에 최초로 원자로를 성공시켰다. 그게 아르곤국립연구소의 기원이다. 우리가 공부할 때 아르곤에서 나온 자료들이 ‘바이블(bible)’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원자력의 원산지인 아르곤에 가서 한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974년에 아르곤에 들어가 새로운 원천기술,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개발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운이 좋게 차세대 고속로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1984년부터 1994년까지 10년 동안 총책임자로 있었다. 1998년에 부소장을 맡았고 1999∼2000년 소장 대리까지 지냈다. 아르곤연구소 전체 직원이 3000명 정도인데, 한국인은 50∼60명 있다. 그중 원자력 분야는 10명 정도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공동 프로젝트가 좌절돼도 아르곤에서 연구는 계속하는지.

“2008년에 아르곤에서 한 번 은퇴했었다. 그러고 카이스트 초빙교수로 나와서 5년간, 1년에 두 달씩 강의했다. 그러면서 2012년에 한국원자력연구원하고 아르곤이 새 프로젝트를 같이 하도록 주선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제가 아르곤에 있어야 하니까 2013년에 다시 아르곤에 복직했다. 아르곤에서 제가 하던 프로젝트들이 올해로 다 끝난다. 올해까지 일하고, 아르곤에서는 다시 은퇴할 계획이다.”

―앞으로 카이스트에서 강의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이스트에서 3년 동안 초빙교수로 강의하는데, 이미 시작했다. 이번에 2주 전에 와서 겨울학기에 한 과목 강의했던 것이다. 상근하는 건 아니고, 잠깐씩 한국 들어와서 강의한다. 다음번 강의하러 봄에 올지, 여름에 올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 카이스트 사정도 보고, 제 사정도 보고 결정해야 할 거 같다. 미국에 가서 50여 년을 살았는데, 여기 집도 없고 친척도 없고 해서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오긴 그렇고 가끔 방문하는 식으로 할 생각이다.”

―탈원전 속에도 한국에서 원자력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국가 전력 안보는 굉장히 중요하다. 원자력은 대안이 없는 에너지원이다. 원자력을 좋은 에너지원으로 성공시킬 수 있도록 계속 건투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 있는 국민의 응원이 필요하다. 국민이 잘못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잘 홍보해서, 모두가 원자력에 대해서 좋은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원자력계에 있는 사람들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인터뷰 = 김성훈 경제산업부 차장 tarant@
e-mail 김성훈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성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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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노브라’ 논란… “보기 불편” vs “왜 여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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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깊이 있는 배우보단 색깔 많은 배우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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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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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년 만에 베이징 찾은 ‘추사’… 냉랭한 韓·中관계의 희망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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