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스윙폼 이상한 친구에게 번번이 져… 독한 레슨 받고 이글 10차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보영 교수가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연세바른병원에서 골프채를 이용해 올바른 척추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척추전문의 조보영 교수

2001년 체중 100㎏ 때 입문
골프 배우면서 몸무게 줄여
과도한 연습량은 오히려 독
오래 즐기려면 근육운동 필수

현재 드라이버 비거리 230m
베스트 74타…홀인원은 못해
골프는 자기 나타내는 ‘거울’
요즘엔 ‘골프일기’에 푹 빠져

척추전문의 조보영(52) 교수는 골프를 배운 뒤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연세바른병원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신경외과 척추전문의를 거쳐 연세대에서 위탁 운영하던 일산병원에서 9년 근무한 뒤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이후 2011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연세바른병원을 개업해 지역에서는 명성을 얻었다. 그는 현재 안식년 기간으로 진료는 하지 않고 휴직 상태이며 서울시의사회 일을 맡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다.

조 교수는 2001년 골프를 배웠다. 전문의가 되고 천식이 심했고 체중도 100㎏을 넘었을 무렵이다. 의사 모임이나 학회는 대부분 골프장에서 주로 만나던 시절이어서 사회생활을 위해 골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골프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꼭 필요로 하는 교제 수단으로 인식했던 것. 그는 “골프를 배우면서 100㎏이 넘던 체중을 25㎏이나 감량했고, 지금도 건강을 챙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00㎏이 넘는 체중에도 유연한 스윙을 자랑하던 조 교수는 그러나 몸에 무리가 오면서 허리 수술을 받았다. 2005년 일산병원 근무 시절, 과체중에다 과로로 인해 디스크가 터졌던 것. 허리 수술 이후 평생 골프를 못 치겠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조 교수는 “큰일을 당하고 난 뒤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면서 “먹는 것부터 줄였고, 운동으로 몸을 다졌다”고 말했다. 수술 후 먼저 체중부터 줄였고 맨몸으로 하는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등을 통해 근육 강화 운동을 지속해 왔다.

조 교수는 요즘 맹목적인 연습 대신 한 달에 서너 번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가 옆에서 봐주면 샷도 정확해지고, 거리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스윙이 프로 뺨칠 만큼 유연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런데 스윙 폼이 이상한 친구와 내기를 했다가 진 경우가 많았다. 그 친구는 괴상한 동작으로 공을 쳐도 자신과 비슷한 거리를 내고, 늘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도 높은 샷을 구사했다. 그런데 조 교수는 번번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지기 일쑤였다. 자존심이 상했던 그는 이때부터 레슨프로를 자주 찾았다. 조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고, 유연성마저 떨어지기에 골프는 반드시 옆에서 다른 이가 봐줘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조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는 레슨을 꼭 받을 것을 권한다. 1년 동안 내버려뒀더니 거리도 줄고 스윙마저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뒤 레슨을 꼭 받는다. 한 시간 내내 공만 치는 연습보다는 30분이라도 스윙을 프로에게 보여주고, 집중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골프를 잘 치려고 되레 몸을 망가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연습량을 줄이고, 실력을 늘리려면 프로에게 스윙을 점검받는 게 좋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건강을 위해 골프를 하려다 부상을 자초하는 행동을 하는 주말골퍼가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새벽에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스트레칭 없이 곧바로 스윙하는 경우 특히 부상 확률이 높다는 것. 또 연습량이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가 오기에 골프를 잘 치려고 하다 되레 망가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건강하려면 의사를 가까이 두고, 골프를 잘 치려면 레슨프로와 친하게 지내라는 말처럼 골프를 오래 즐기려면 몸을 아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병원 일로 주중보다 주말 라운드를 선호해왔다는 조 교수는 대신 주말 2일은 어김없이 필드를 찾는다. 시즌 때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경기 용인의 BA 비스타 골프장에서 하루 36홀도 자주 소화한다. 갈수록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만,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가며 건강을 챙긴다. 매년 여름휴가 때엔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고,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해왔다.

조 교수는 “골프만 놓고 보면 허리에 좋은 운동은 아니기에 근력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년층 이상은 하체, 엉덩이, 허리, 코어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데 기구 없이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지나 스쿼트, 팔굽혀펴기, 플랭크를 특히 권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런 운동은 허리 복근이나 몸의 중심 근육을 좋게 하고 또 비거리를 늘어나게 한다”면서 “이런 운동으로 근력을 강화한 덕분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지금도 230m”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의 베스트 스코어는 2오버파 74타. 2017년 여름 아내와 라운드했던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클래식 코스에서 작성했다. 이날 버디 7개를 뽑아내고 74타를 쳤던 것. 그는 스스로 ‘유리멘털’이라고 진단했다. 버디가 많아지면 그만큼 보기가 많아지고 더블보기도 나오기도 한다고. 그는 지금까지 장타 덕에 이글을 10차례 이상 낚았지만, 아직 홀인원의 행운은 안지 못했다.

조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골프를 진지하게 대해왔다. 그래서 요즘에는 ‘골프일기’를 적는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골프 스코어 카드나 동반자, 코스에서 찍은 사진 등 라운드 기록을 남겨둔다. 조 교수는 “골프는 자기를 나타내는 거울과 같은 운동”이라면서 “예절, 배려를 배우고 실천해야 하지만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