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전날 밤 독립선언서 찍어내던 抗日여성들 동상으로 부활

서울 배재어린이공원서 제막
“독립투쟁에 男 못지않게 참여”

8일 서울 중구 배재어린이공원에서 특별한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한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등불을 비춰주고, 교복을 입은 다른 여학생이 독립선언서를 찍어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다. ‘거사 전야’라는 이름이 붙은 이 동상은 항일(抗日)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상징한다.

2·8 독립선언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 동상을 세운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현재와 미래, 과거가 공동체의 앞날과 평화를 위해 서로 불빛을 비춰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조형물 제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었던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맡았다. 2·8 독립선언은 1919년 2월 8일 재일 유학생들이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며 선언서와 결의문을 선포한 사건이다. 같은 해 국내외에서 일제히 벌어진 3·1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기념사업회는 “독립선언을 기억하고 유·무명의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투혼을 우리들의 가슴에 새기기 위해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항일독립운동여성상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날 제막식에는 중·노년의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10대 학생들이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함께 모여 의미를 더했다. 김희선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회장과 함세웅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상징조형물 건립위원회 공동회장 등이 축사를 한 뒤엔 제1회 청소년 빠른말노래(랩) 자랑대회 대상 수상팀인 ‘걸크러쉬’가 무대에 등장해 안중근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주제로 기념공연을 선보였다. 박창식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집필한 건립 취지문은 초등학생들과 서울 대광중 학생회·이화여고 역사동아리·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낭독했다. 이들은 취지문에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독립투쟁에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우리 공동체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항일 여성 독립운동 정신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광중 학생회 임원들이 2·8 독립선언서 결의문을 낭독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만세 삼창을 외쳤다.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발굴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 창립한 시민단체다. 각종 세미나와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상징조형물 건립위원회 명예회장으로 힘을 보탰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