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편안 설문 오늘 종료… ‘인상속도 조절요구’ 댓글 쏟아져

고용부 “설문조사는 참고용”
결정체계 반영 여부 불투명

정부가 진행 중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대국민 설문조사가 8일 종료됐다. 정부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설문조사로 수렴한 국민 의견이 촉박한 일정 속에서 얼마나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 참여 플랫폼 ‘국민 생각함’을 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진행 중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대국민 설문조사엔 8143명이 참여했고 1054개의 댓글이 달렸다. 정부가 지금까지 국민 생각함에서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설문조사와 공모 3540개 중 이보다 참여자가 많은 사례는 없었다.

설문조사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관련한 의견 외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 인상 속도 조절 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손모 씨는 “최저임금 1만 원이란 대통령 공약에 맞춰 최저임금을 급히 인상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든 현실을 냉정히 살피고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 씨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이미 1만 원을 넘긴 상황”이라며 “임금 지급 여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을 다 죽이고 과연 국가 운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댓글로 제기된 다양한 국민 의견의 정책 반영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설문조사 결과가 정책 추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고, 댓글도 공식적인 의견 수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가 정부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설문은 크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필요성 △최저임금 결정기준 보완 필요성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부는 이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임금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차피 밀어붙일 정책인데 사실상 ‘답정너’ 수준의 의견 수렴”이라고 평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책 추진을 하면서 국민 여론 반영 비율을 따로 정하진 않았다”며 “설문조사 결과가 압도적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나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정부 안과 지난달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종합해 정책에 반영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