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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11일(月)
문화국가라는 허상과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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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최근 눈여겨볼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문화 홍보원이 16개국 8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인데, 그 결과 외국인들이 한국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문화’로 나타났다. 세세하게 보면 한식, K-팝, 한국문화, K-뷰티, 드라마·영화 순이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이 월드 투어를 하고, 한류 팬 덕분에 전 세계 대학의 한국어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면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급성장한 국가로 삼성, 현대 같은 기업 브랜드가 대표 이미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의미심장한 변화다. 기업 브랜드는 이번 조사에서도 한국의 이미지로 꼽혔지만, K-팝 등에 밀렸다. 한국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도 현대문화와 문화유산이 각각 경제 수준과 한국제품 및 브랜드를 앞질렀다. 다소 성급함의 위험을 무릅쓰자면 한국은 이제 잿더미에서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를 넘어 문화 국가라는 새로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새 챕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에 마냥 기뻐할 수 없다.정작 한국사회는 문화적인가, 한국인은 실제로 문화를 향유하는가 하는 질문에 누구도 ‘예’라고 선뜻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외국인은 80% 이상이 한국을 긍정 평가한 반면, 우리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50%에 그쳤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주류의 벽을 뚫고 그래미 시상자로 서고, 한국 배우들이 아시아 톱스타가 되고,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눈독을 들인다지만 지난해 한국인의 최고 여가활동은 TV 시청이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인의 여가 활동’ 조사에 따르면 최고 여가활동으로 문화·예술 참여를 꼽은 사람은 6.5%에 불과했다. 또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 콩쿠르를 휩쓸고 한국 단색화는 미술 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하지만, 자라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음악 듣고, 책 읽는 시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올림픽 금메달이 쏟아져도 학생들이 운동장 밟는 일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젊은 청춘은 돈이 없고 성인은 시간이 없다지만, 어쩌면 우리가 문화를 제대로 즐길 예술 교육과 일상 속 문화 체험 훈련을 제대로 못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술가나 정책가도 모두 엘리트 예술, 입시 예술에서 벗어나고 문화산업과 국가 경쟁력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즐기는 예술이 되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때마침 6일 문체부와 교육부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의 학교 운동부 문제를 해결하고, 현 정부의 생활형 SOC 추진을 위해 이뤄졌다. 목표가 무엇이든 반갑다. 독서를 포함한 문화·예술 향유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언제나 최대 구멍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부 문제는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 학교에 문화 SOC 시설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문화 SOC를 지역에 개방하는 것에 앞서 정작 그곳의 주인인 어린 학생들의 예술 교육과 체험 정도가 얼마나 열악한지 제대로 봐야 한다. 현안에 대한 몇 번의 점검 회의로 끝내지 말고 미래 세대에게 문화·예술 향유권을 돌려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chm@munhwa.co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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