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의 바다가 된 ‘3년 늦은 졸업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단원고 세월호 희생학생 명예졸업식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명예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단원관에서 유가족들이 자녀 이름표가 붙은 자리에 앉아 오열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세월호 단원고 명예 졸업식

스크린속 자녀 얼굴 차마 못 봐
이름 불릴때마다 고개숙여 눈물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살아있는 아이들 위해 마련”

유은혜 장관 “헛된 희생 없게
안전사회 꼭 만들겠다” 약속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사고로 희생된 250명이 12일 3년 늦은 명예 졸업식을 치렀다. 3년 만에 학생들의 졸업장을 본 부모들은 행사 내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날 오전 명예 졸업식이 열린 안산 단원고 단원관에는 학생 250명의 이름이 붙은 의자들이 반별로 놓였다. 의자 위에는 꽃다발과 졸업앨범, 졸업장, 학생증이 올려져 있었다. 졸업식장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학생들의 이름표가 붙은 의자에 앉아 놓여 있던 자녀들의 졸업장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졸업식장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이름표를 가슴에 단 부모들이 흐느끼며 서로를 위로했다.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마음이 좋지 않다. 우리 가족들에게는 자녀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말과 행사도 위로가 될 수 없다”며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살아있는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명예를 위해서 이 자리를 준비했고 그 사실로 명예 졸업식의 의미와 위안을 찾는다”고 밝혔다. 고 전찬호 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학기 중에 희생된 학생들이 제적 처리되는 과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며 “학생들과 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졸업식은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자 설치된 세 개의 스크린에는 사진과 이름이 나타났다. 자리에 앉은 많은 부모는 차마 화면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자녀의 이름이 불리자 눈물을 참던 어머니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어머니는 차마 졸업식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식장 밖으로 뛰어나가 오열했다. 졸업식장을 꽉 채운 재학생들도 선배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희생 학생들 1년 후배로 2017년 단원고를 졸업한 이희운(여·21)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이 오기까지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친구들은 어엿한 성인이 됐는데 마음은 아직 제자리에 머무른 채 시간만 훌쩍 흘렀다”며 “보고 싶단 말로 이 편지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늘은 졸업 축하한다는 말 하고 싶다”고 편지를 낭독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이제야 이렇게 명예 졸업식을 열게 돼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온 국민이 아이들을 기억하고, 헛된 희생이 없도록 사람 중심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울먹였다.

안산 = 윤명진·송정은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