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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His Story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13일(水)
“조국에 다리 바치고 ‘올림픽 戰士’로… 이젠 금메달 기적 일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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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양쪽 다리를 잃은 육군 1사단 전진부대 수색대대 출신의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지난 1월 22일 경기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헬스장에서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조정 국가대표로 활동하기 위해 팔 근육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패럴럼픽 조정 국가대표된 ‘목함지뢰 영웅’ 하재헌

4년전 北지뢰 앗아간 두 다리
21번 수술 거쳐 보란듯 우뚝
운동 꿈 이루려 지난달 전역
“금메달 들고 부대 다시올 것”

재활위해 조정 종목 배웠다가
배 직접 타보고 매력에 빠져
국내외 경기서 딴 메달만 6개
“장애인실업팀 빨리 생겼으면”


“의족(義足)을 착용한 채 달리기하는 걸 넘어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꿈을 이룰 때까지 재활에 온 힘을 쏟겠습니다.”

2015년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때문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25) 예비역 중사(당시 하사)는 지난 1월 31일 경기 파주시 육군 1사단 전진부대 수색대대에서 전역 행사를 계기로 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었다. 하 중사는 수색대대와 인근 임진각 평화누리 ‘평화의 발’ 동상 앞에서 이어진 인터뷰에서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돼서 다시 부대를 찾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북한 목함지뢰’ 전투 영웅 하 중사와 문화일보의 단독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 기자가 2017년 1월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에서 하 중사와 처음 만난 지 2년 만이었다. 당시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 아군의 추진철책 통로에서 수색활동 중 북한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 2발에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이후 17개월에 걸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 중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처음 털어놓았다. 전신마취 수술 19번 등 21차례의 대수술 등을 거치면서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든 사람이라곤 선뜻 믿기지 않았고, 기자는 빠른 시일 내에 하 중사의 소망이 현실화되리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시만 해도 하 중사는 겨우 휠체어에서 일어나 처음 걸을 수 있는 상태였고, 사고를 당한 1사단 수색대원 8인조 중 가장 심한 중상을 입은 하 중사가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적으로 여길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만난 하 중사는 또다시 기적을 이뤄낸 상태였다. 전역식으로 군인이라는 명예는 내려놓았지만,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로 다시 태어나면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싸워 불사조처럼 우뚝 일어선 것. 마침 하 중사를 만난 장소도 그와 2차 지뢰폭발로 한 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28) 중사의 발을 형상화한 조형물인 ‘평화의 발’ 동상 앞이었다. 조형물에는 육군 용사들의 군인정신과 전우애를 기리고, 평화를 수호하고 통일을 만들어가겠다는 절절한 염원이 담겼다.

하 중사는 전역식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진부대 수색대대원들 앞에서 “조정팀 금메달리스트가 돼 부대를 다시 찾겠다”고 우렁찬 음성으로 말한 뒤 ‘전진!’ 구호를 외쳤다. “하 중사, 금메달 딸 수 있어!”라는 동료 선후배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하 중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군 생활을 함께 시작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던 전진부대는 안 좋은 기억보다 좋은 기억이 훨씬 많다”며 “고향같이 행복했던 장소로, 늘 찾고 싶은 곳”이라고 얘기했다. 두 다리를 앗아간 상처와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전우애였음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북한군 지뢰가 꿈을 빼앗아가기는커녕, 하 중사를 더욱 강한 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셈이었다.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도 이날 대독 축사에서 “불굴의 의지와 강한 군인 정신을 바탕으로 부상을 극복하고 장애인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하 중사는 장병과 국민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고 치하했다.

하 중사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전역 뒤 장애인 조정 실업팀에 들어가서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 중사는 “아직 실업팀이 완전히 창설된 게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헬스장에서 체력을 키우고 여름철이 되면 배를 타고 운동하면서 또 다른 목표인 금메달리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 중사는 최근 육군이 제작·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도 “앞으로 군인 하재헌 중사가 아닌 운동선수 하재헌으로서의 제게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하 중사의 1차 당면 목표는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에 참여해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 장기 목표다. 이미 하 중사는 장애인 국가대표 조정선수로 활약하면서 목표의 절반은 성취한 상태. 성적도 훌륭하다.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 은파호수공원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조정 개인전 1000m PR1(선수부) 경기에 참가해 두 번째인 5분56초6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전국체전과 아시안컵 등 5개 국내외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하 중사는 “전역하기로 마음먹은 건 저의 또 다른 꿈이었던 운동선수를 해보고 싶어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한 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 중사는 빠른 쾌유의 비결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하면 반드시 낫는다는 긍정적 생각과 함께 어릴 적부터 야구를 포함한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 덕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정과의 인연은 재활운동이 계기가 됐다. 그는 “조정 종목을 아예 모르고 지냈는데, 성남시 조정 감독 등 지도자들이 제 근무지인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한 게 기회가 돼 조정을 처음 접하게 됐다”며 “제대로 배를 타고 조정을 접한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재활 운동을 위해 조정을 배울 당시는 솔직히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재활이 목적이다 보니 별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하 중사는 “퇴원 후 우연히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가서 직접 배를 탔는데 강에서 저 혼자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물 위를 다니다 보니 주변 경치가 너무 예뻐 조정에 매력을 갖게 됐다”고 했다. 두 다리를 다쳐 ‘의족 스프린터’는 포기해야 했지만, 강인한 두 팔로 물살을 바람처럼 가르는 용사로 거듭난 것이다.

하 중사는 “장애인 조정경기 선수는 일반인과 달리 PR 1·2·3의 3단계로 급수가 나뉜다”고 설명했다. PR3는 팔·허리·다리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PR2는 허리·팔만 쓸 수 있다. 그가 속한 PR1은 가슴·허리·다리 등 몸을 묶은 채 팔만 쓸 수 있어 가장 고난도에 속한다. 그는 “유산소 운동과 심폐지구력을 기르는 고강도의 체력단련이 요구되며, 팔만 쓰다 보니 허리를 숙여서 당기는 팔심과 버텨주는 허릿심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팔심만으로 2000m를 물 위에서 전력 질주하면 마라톤을 완주한 것과 맞먹는 체력이 소모된다”며 조정경기를 달리기에 비유했다. 앞으로 헬스장에서 혼자 하루 두세 시간 운동하고, 합숙운동을 하게 되면 하루 5∼6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쌓아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패럴림픽 조정경기 최강자인 미국과 중국 팀을 꺾어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하 중사에게 간절한 소망이 있다. 안정적으로 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루빨리 기업 후원자가 나타나 장애인 조정경기 실업팀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 국내 장애인 조정선수는 150∼200명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장애인들의 어려운 가정 형편상 실질적인 운동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보장 안 된다. 그는 “국내 패럴림픽 조정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려면 실업팀 구성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 중사는 자원봉사에도 열심이다. 하 중사는 전역 직전인 지난달 26일 군 복무 중 중상을 입었던 같은 또래의 국가유공자 상이용사 3명을 비롯한 2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달동네(난방 취약 가구)에서 연탄 1000장을 배달하는 자원봉사를 했다. 2017년 8월 강원 철원 포병부대에서 훈련 중 K-9 자주포 폭발로 전신의 55% 화상을 입고 재활 중인 이찬호(25) 예비역 병장의 제의로 하 중사와 지뢰 제거작업 과정에서 폭발사고로 다친 김상민(26) 씨, 헬리콥터 강하훈련 중 추락사고로 다친 20대 예비역 청년 등이 함께했다. 이들 절친 상이용사 모임을 제의한 것은 하 중사였다.

그는 “지난해 5월 국군수도병원 근무 시절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해 병원에 온 국가유공자 6명과 비유공자 군대 전우 2명을 포함해 8명이 모임을 결성했다”며 “동병상련으로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고 봉사활동 등 함께 의지하며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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