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檢 선별기소 ‘괴담’에 뒤숭숭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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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선별적 기소는 불법이 아니다. 검찰에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쥐여 준 나라에선 더더욱 불가피하다. 검찰로서도 제한된 인력과 시간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끄는 특정인들을 겨냥해 기소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악용해 법적 근거가 없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남발할 때 벌어진다.

지난 8개월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법원은 아수라장이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온 판사는 어떤 말을 했는지, 앞으로 조사받을 판사는 또 누가 될지, 그들 중 누가 재판에 넘겨질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수사가 종잡을 수 없는 별건(別件)으로 튈 때는 더했다.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수사가 시작되자 “공보비용을 법원행정처에 반환한 일선 공보판사 수십 명이 허위증빙서류를 작성한 혐의로 일괄 약식기소된다”는 소문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최근 파행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이 급히 진행됐던 배경에 대해선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핵심 인사로 분류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가장 먼저 증인대에 세워 얼마나 협조적인 증언을 하는지 들어보고 그의 기소 여부를 판가름하려 했다는 뒷말이다.

유례없는 검찰의 법원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검찰은 무더기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밤샘조사, 무차별적인 피의사실 공표 등 갖가지 수사 관행으로 법원을 들쑤셨다가 이를 지적한 고위법관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금은 막판 추가 기소 대상자를 ‘갈라치기’하며 법원에 위력을 또 한 번 과시하는 중이다. 누가 기소될지 기다리며 법원은 숨죽이고 있다. 법원의 사법행정 적폐를 개선하겠다고 집도한 검찰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는진 두고 볼 일이지만, 끝이 보인다. 이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김리안 사회부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