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남성 전용 살롱서 왁싱·발관리… 아프리카에 ‘그루밍族’ 바람

구레나룻·수염 등 완벽 관리
자로 잰 듯 최신스타일 연출
면도비로만 20달러 내기도

남아공 등 ‘남성 숍’ 급성장
차·커피 대신 위스키 주기도

한 고객이 푹신한 소파에 앉아 네일 아티스트에게 손톱을 맡긴다. 왼편에 앉은 사람은 눈썹 왁싱(제모), 오른편에 앉은 사람은 발바닥에 오일을 잔뜩 바르는 풋케어를 받고 있다. 한국의 여성 전용 뷰티숍 풍경 같지만 이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남성 전용 살롱’이다.

12일 벤처스아프리카,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남아공, 우간다 등 검은 대륙 아프리카 각국에 ‘그루밍(grooming)족’ 바람이 불고 있다. 그루밍족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키는 데서 유래한 신조어로 패션·뷰티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가리킨다. 아프리카 그루밍족들의 관심은 헤어스타일에서부터 면도, 손·발톱 관리, 마스크팩 등 피부관리 제품까지 뻗어 있다.

우간다 캄팔라에 거주하는 트로이 카가메는 주변에서 대표적인 그루밍족으로 불린다. 면도는 전용 숍에서만 한다. 이발소 등에서 거품을 잔뜩 묻혀 깔끔하게 미는 면도 수준이 아니다. 구레나룻과 수염의 경계를 칼날이 스친 듯 섬세하고 날카롭게 다듬는 것은 물론 단 하나의 잔털이나 비대칭도 허용치 않는다. 수염을 다듬는 데만 20달러(약 2만2000원)를 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1달러에 면도를 해주는 저렴한 곳도 많지만 그가 원하는 자로 잰 듯한 수염 모양은 이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면도를 마친 그는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전용 숍을 찾는다”며 “내 모습을 보라. 멋지지 않으냐”고 말했다.

남아공의 대표적 남성 전용 뷰티 살롱인 ‘셔벗 맨’은 개업 3년 만에 프랜차이즈 20여 개를 거느린 대형 체인이 됐다. 이곳에서는 차나 커피 등을 제공하는 여성 전용 숍처럼 남성들의 취향에 맞춰 위스키도 제공한다. 경쟁업체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그루밍족은 ‘메트로섹슈얼(남성미와 여성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대 도시 남성)’ 열풍과 함께 등장했다. 서구는 물론 한국에서도 불었던 열풍으로 대표적인 메트로섹슈얼로는 데이비드 베컴이 손꼽힌다. 그동안 아프리카는 범세계적인 그루밍 유행에서 다소 소외돼 있었지만 인터넷 보급 확대 등으로 해외 연예인 소식을 접하기 쉬워지면서 뒤늦게 ‘붐’이 시작됐다.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전 세계 그루밍 시장 규모가 2023년까지 760억 달러(약 85조1808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트렌드 분석가인 니콜라 쿠퍼는 로이터통신에 “아프리카 청년들이 점점 더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그루밍 산업 관련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평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