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수첩으로 밝혀낸 교향곡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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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심포니 / 루이스 록우드 지음, 장호연 옮김 / 바다출판사

“나는 운명의 목을 꽉 움켜쥐겠어. 녀석은 절대 굽히지 않고 나를 완전히 짓밟고야 말 테니까.” 베토벤이 제5번 교향곡 ‘운명’과 관련해 남긴 글이다. 이 책은 베토벤이 남긴 스케치북과 자필 악보, 수첩을 바탕으로 아홉 개의 교향곡 하나하나에 얽힌 역사·전기적 사실과 창작의 기원을 밝힌다.

저자는 베토벤의 창조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스케치 자료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베토벤 연구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 음악학자다.

베토벤은 스케치 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스케치북 연구는 교향곡에 나타나는 형식과 특징들을 곡 전체의 맥락, 음악사의 맥락에서 보게 한다. 어떤 점이 베토벤의 혁신이었고, 다른 작품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책은 1번 교향곡에서 9번 교향곡까지 베토벤의 모든 교향곡을 다루면서 각각의 교향곡을 이루고 있는 악장들을 악보와 함께 한 음 한 음 되짚는다. 또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당대 연주회 문화와 소나타, 협주곡, 오페라, 미사곡 등 다른 장르 주요 작품들과의 관계를 소개한다. 372쪽, 2만5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