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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Fifty+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15일(金)
홀몸노인 집수리… ‘나눔’으로 시작한 인생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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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장애인 가족이 사는 노후 주택에서 봉사단체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도배를 마친 뒤 전등을 새로 설치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봉사단체 ‘행복을 같이하는 사람들’

건설업자·공무원·식당주인…
5년째 매달 소외이웃 찾아

회원 40명 작업별로 조 나눠
인테리어·도배·전기 등 점검
기술 없으면 설거지·청소로

작업 함께하면서 기술 배워
전문용어 나누며 수리‘척척’

현장다니며 돌봄 필요 깨달아
상담학과 박사과정 들어가고
자격증 활용 더 많은 봉사나서


곰팡이가 슬고 찌든 때가 앉은 벽, 언제라도 무너질 듯 내려앉은 천장, 물이 새는 수도관…. 당장 어떻게라도 손을 대야 하지만 매일 끼니 걱정이 더 급한 이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홀몸 노인이나 장애인 가정 등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집을 수리해주는 이들이 있다. 봉사 단체 ‘행복을 같이하는 사람들(행같사)’이 그 주인공이다.

이 단체의 주축으로 100세시대 인생 후반전에 접어든 50대 회원들은 자신이 가진 경륜을 활용해 봉사 활동을 하고, 또 봉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터득하며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건설업자부터 공무원, 어린이집 원장, 식당 주인 등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각자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주위의 가난한 이웃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행같사는 지난 2013년 8월 결성 이후로 매월 1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집수리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지체장애 딸을 키우는 부부가 사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농가를 방문해 대대적인 내부 정비공사를 벌였다. 처음 봉사를 시작한 이래 100번째로 수리하는 집이었다. 40여 명의 회원은 조를 나눠 미리 풀을 먹인 도배지를 벽에 바르고, 바닥에 장판을 까는 등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덕분인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집 안팎에 무질서하게 널려있던 망가진 가재도구 정리와 벽면에 시커멓게 물때가 앉았던 화장실 청소도 빠릿빠릿하게 이뤄졌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까지 설치하고 집안 살림을 제자리에 갖다놓자 허름했던 집이 새집처럼 변했다. 정리를 마친 집에 들어선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집주인 정모(여·59) 씨는 “어려운 살림형편 탓에 집수리는 엄두도 못 내고 살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서 집을 고쳐주니 꿈만 같고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들이 5년여 세월 동안 공사를 원활하게 추진해온 원동력은 전문가와 비전문 봉사자 간의 긴밀한 협업 시스템에 있다. 어느 현장에서든 인테리어나 건축, 전기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비전문 회원들이 노동력으로 빈틈을 메우며 작업에 효율을 더한다. 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전문 지식 없이 처음 봉사에 참여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각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감사를 맡고 있는 이명심(여·51) 씨는 “신입 회원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활동하던 동료들이 현장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함께 일한다”며 “설거지나 화장실 청소, 주변 정리 등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서서히 장판을 까는 일이나 도배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2대 회장을 지낸 안철균(50) 씨는 지난 2013년 첫 집수리 때부터 ‘작업반장’으로 통한다. 지역 건설사 창조건설㈜ 대표인 그는 인테리어 공사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각 시공 파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흔한 벽지 한 장, 장판 한 폭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는 “봉사 현장에서 인테리어 실무 기술을 가진 데 자부심이 있다”며 “지금은 여건상 매주 만날 수 없어 한 달에 한 번 하지만, 기술자들을 더 많이 모아 2주에 한 번으로 봉사 활동 빈도를 늘려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집수리 봉사활동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안 씨의 희망처럼 행같사에는 건축 분야 종사자들이 하나둘씩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작은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임봉식(51·흙이랑 대표) 씨가 단체에 가입해 현장에 활력을 더했다. “단독주택을 시공해본 경험이 있어 건축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그는 “재능 기부에 관심이 있어 모임에 함께하게 됐다”며 “소외된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에 내 재능이 쓰일 수 있다면 그만큼 값지고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부회장을 맡은 심영수(57) 씨는 행같사의 전기 분야 ‘최고 권위자’다. 과거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근무하다 11년 전부터는 전기 안전관리 회사인 ㈜중앙전기기술단을 직접 차려 운영하는 그는 작업 현장에서 배선이 난잡한 회로나 스위치를 점검하고 노후 배선이나 전등기기를 교체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심 씨는 “도배 전에는 천장 등에 있는 낡은 전선을 철거하는 일을 해야 하고, 도배가 끝나면 전등 설치를 해야 하니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가 제일 나중에 나오는 게 전기 설비 담당”이라며 “남자들은 연장을 다루는 일에 익숙해도 전기와 관계없는 일들은 처음이라 여러모로 서툴렀는데, 동료 봉사자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설비 파트에서 함께 봉사하고 있는 심재오(46·토목업) 씨는 “연장 부리는 일이 익숙해도 전기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는데 심 부회장과 함께 일을 하며 관련 지식을 많이 배웠다”며 “천장에 전등을 달거나 스위치를 설치하는 일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딸 희은(17) 양과 채은(15) 양도 아버지 심영수 씨를 따라 목장갑을 끼고 집수리 봉사에 나서 ‘부전여전(父傳女傳)’을 실감케 하고 있다. 심 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어른들 쫓아다니면서 심부름을 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제법 도배를 거드는 일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봉사를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4대 회장을 지낸 박경숙(여·56) 씨도 직업은 어린이집 원장이지만, 도배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에 가까워졌다. 행같사 초창기부터 집수리 현장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기술을 익힌 덕분이다. 도배업자들만 사용하는 ‘네바리(갈라진 벽이 표시 나지 않게 하기 위한 기초작업)’나 ‘노바시(벽지에 풀이 잘 스미도록 숨을 죽이는 숙성 과정)’ 같은 은어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입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벽지에 풀칠하는 기계를 장만했을 때에는 몸소 작동법을 배웠을 정도로 열심이다. 그는 “곰팡이가 슬어있던 벽에는 어떤 약품을 써야 하고 작업은 어떻게 해야 증상이 재발하지 않는지 등의 지식은 도배 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인생 후반전에 접어든 이때, 집수리 봉사 활동이 삶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수리 활동은 봉사자들의 자기계발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박 씨는 현재 칼빈대 심리상담치료학과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봉사현장에서 수혜자들 가운데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는 “팍팍한 환경 속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해 몸도 정신도 피폐해진 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상담치료 공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도 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회원 강다현(여·52) 씨는 집수리 현장을 순회하면서 홀몸 노인 돌봄에 관심이 생겼다. 일찍이 사회복지사(2급)와 요양보호사(1급) 등 복지 분야 자격증을 보유했지만, 배움에 대한 순수한 욕구로 취득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폐한 홀몸 노인들의 실정을 직접 목격한 뒤로는 그동안 배운 지식을 활용해 이들을 돕기로 했다. “얼마 전 양로원에서 족욕 마사지 봉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하고 있어 앞으로는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노인 복지 체계가 더욱 촘촘해져야 할 것”이라며 “노인들의 삶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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