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되 검증한다”… 美, 제재완화 말하며 선결조건 강조

폼페이오 “비핵화 약속 검증”

核담판 ‘좋은 결과’ 있을땐
北 원하는 ‘제재완화’ 언급

“김정은위원장에게 달렸다”
회담 앞두고 北결단 촉구

“검증 필수… 목표는 FFVD”
‘어설픈 합의 없다’ 확인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대가로 제재 완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가 주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는 검증조치가 필수이며 핵심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과거와 같은 어설픈 합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미 CBS 방송 인터뷰와 14일 기자회견에서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외에 한반도 평화·안보를 위한 긴장 및 군사적 위험 감소,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 창출 등도 의제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안을 가져올 경우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 보장과 일부 제재 완화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면서 “결정은 김 위원장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때까지 제재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해 미국의 선(先)비핵화-후(後)제재 완화에 유연성을 둘 뜻을 내비쳤다. 이는 다음 주 시작되는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2차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 내 우려가 커지자 비핵화 합의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에 있어 전향적인 제안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이유로 삼은 체제 보장을 위해 군사적 긴장 완화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전 종전 의지를 언급한 점과 맞물려 사실상 종전선언에 준하는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교도(共同)통신은 15일 복수의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북 간 불가침 선언과 평화선언 채택방안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와 주한미군 감축, 연락사무소 개설 등도 군사적 긴장 완화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 등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함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소련과의 군축협상 때 입버릇처럼 말했던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를 언급하면서 “비핵화 조치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검증 가능한 방식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속담인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7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중거리 핵전력 폐기 협상을 할 때 합의 이행에 대한 검증을 강조하며 사용한 말이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핵무기 장착 가능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맺으면서 양국 기술자가 미사일 폐기 진행 상황을 감시하고 의심스러운 곳을 사찰할 수 있도록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수년간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해왔지만 우리가 한 것은 ‘어 피그 인 어 포크(a pig in a poke·물건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사기, 충동구매)’였다”며 과거 정권과 같이 비핵화 조치나 검증 절차 없는 합의를 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