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비상’ 선포·행정명령 예고…‘장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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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재돌입 방지하기 위해
의회 예산안에 서명하면서도
장벽 건설 위한 드라이브 계속
‘비상’땐 다른 예산 쓸수 있어

의회,백악관 기습발표에‘술렁’

“두고 봐라. 장벽을 어떻게 할지….”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14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재발 방지를 위해서 예산지출법안에 서명하면서도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포함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심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을 밀어붙이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어 워싱턴 정계가 일대 격랑 속으로 휩싸이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연방의회에서 예산지출법안 표결 진행 직전에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은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해 13억7500만 달러(약 1조5464억 원)를 반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요구한 57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말한 대로 국경에서 국가 안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다른 행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장벽을 건설해서 국경을 지키고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상 최장기간인 35일간의 셧다운을 경험하고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제출한 예산안에 서명은 하겠지만, 자신의 권한을 발동해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국방부 및 국토안보부의 예산을 돌려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이나 민주당의 반대에 상관없이 장벽을 건설할 수 있는 해결책이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많을 만큼 논쟁이 큰 사안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의회의 반발이나 법률적 소송 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비상사태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이며 (법률적 소송 등에) 충분히 잘 준비돼 있다”고 밝혀 그동안 충분한 준비가 됐다고 암시했다. 과거 비상사태 언급이 나왔을 때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이를 저지할 행정적 장치가 없는 만큼 법률가들과 소송에 무게를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예산지출법안 표결을 위해 국회에 등원했던 의원들은 백악관의 ‘기습발표’에 술렁거리며 동요하는 듯한 모습이 CNN 카메라에 잡혔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백악관 성명 이후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도 이날 저녁 표결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와 백악관의 관계가 종착점에 이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 블런트(미주리) 상원의원은 “나는 분명히 이런 상황에 이 선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카드로 위협하면서 다른 형식의 행정명령을 취하는 등의 방법으로 민주당의 공격 예봉을 꺾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