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자치단체장에게 듣는다>“규모 큰 기초단체 ‘특례시’로 인정하는 法 개정안 통과돼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지난 15일 집무실에서 “오는 3월 임시국회에서 특례시를 인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향후 만들어질 대통령령에도 많은 행정·재정적 권한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강한 특례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 ⑫ 허성무 창원시장

창원시 인구 100만명 넘는데
인구 10만 도시와 똑같은 대우
국비 혜택·공모사업 등 불이익

탈원전정책에 관련업체들 고통
두산重 협력일자리 500개 줄어
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필요

조선·기계 산업 침체 벗어나려
수소산업 육성·ICT 융합 나서
2026년 총생산액 100兆 목표

“창원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이지만, 인구 10만 명의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대우를 받아 국비 혜택과 공모사업 등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규모가 큰 기초 지자체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초단체의 종류를 다양하게 해주고 행정·재정적 권한도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은 지난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초 지자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재정적 자치권을 갖는 특례시를 인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이 오는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시장은 “지금까지 특례시가 안 된 것은 중앙정부가 전국 행정조직을 중앙정부-광역-기초 3단계로 획일화해 관리하고자 한 데서 비롯됐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특례시의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해 경기 고양시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4개 도시와 협력해 최대한 많은 권한이 대통령령에 담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시장은 “지역 원전업체들이 업종전환 등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원전업체의 어려움을 정부에 전달했다”고도 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허 시장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 창원을 구석구석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는 벌써 두 켤레째다. 그래서 ‘운동화 시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런 그도 취임 후 지난 7개월간 가장 큰 난제는 변화하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이었다고 했다. 환경이 변했고 민원인의 요구도 바뀌었는데, 정책이 이미 확정됐다며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공무원들. 그는 그걸 바꾸기 위해 지금도 사고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창원시가 인구 107만의 기초자치단체이지만 중앙정부에서 10만 도시와 같은 체급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중앙정부가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시를 직접 상대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광역도(경남도)를 통해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구 3만인 군이나 100만이 넘는 대도시를 모두 획일화해 기초지자체로 묶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인구가 비슷한 울산광역시보다 창원시 예산이 6000억 원이나 적은 것도 그렇지만, 최근 정부가 광역단체별로 1개씩 선정하겠다고 한 ‘강소연구개발특구’도 문제입니다. 창원은 규모가 울산광역시만큼 커 다른 광역단체에 강소연구개발특구를 1개 줄 때 경남에는 2개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또 다른 문제는 정부 공모사업을 모두 경남도를 통해 하도록 해 정부 공모사업을 놓고 작은 시군과 경쟁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도 피해를 보지만 작은 시군도 대도시인 우리 시와 경쟁해야 해 역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특례시를 인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에 맞게 권한도 대폭 이양돼야 합니다. 큰 도시와 작은 도시 등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고 그게 지방자치이자 분권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창원지역 원전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업체들과 간담회도 했다던데.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창원에 본사를 둔 대표적인 원전기업인 두산중공업에서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만 400~500명이 줄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와 내부 혁신을 못 한 부분도 있어 꼭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체들은 급속하게 정부 정책이 바뀌고 거기에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원전 관련 기업들은 한울 3·4호기만이라도 건설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정부에 탈원전 정책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정책 전환이 너무 빠르니 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 2~3년간 일감이 생겨 그사이 해외 원전 수주나 업종전환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업체들은 이대로 끝나면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저에게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창원시는 지역 원전업체의 입장이 담긴 서한문을 최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습니다.”

―조선과 기계산업 침체로 창원지역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원전업체뿐만 아니라 주력산업인 조선과 기계산업 침체로 창원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국가 전체 성장률도 낮았지만, 창원은 1%대 성장에 머물렀습니다. 그게 누적돼 지금 지역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이 각자 사업에 대한 구조 고도화나 내부혁신, 신사업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사실 중소기업은 저임금에 의존하고,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쥐어짜 기술혁신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 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산업단지를 구축하고 해양·운수산업이나 수소 부품산업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원은 수소산업의 토대가 되는 기계산업이 창원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전국 최대의 집적화를 이루고 있어 수소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원의 강점인 방위산업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수출산업으로 전환하는 등 우리 지역의 실정에 맞게 재편할 계획입니다. 이런 계획이 잘 추진되면 오는 2026년 전체 고용인원이 17만 명으로 5만 명 늘어나고, 총생산액도 50조에서 100조 원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마산·창원·진해 3개 시가 통합된 지 9년이 됐지만, 여전히 이질감이 있습니다. 특화된 3개 도시 개발 전략은.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지 벌써 9년이 돼 표면적으로는 어느 정도 통합이 완성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작은 분야, 특히 지역 명칭 같은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 간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창원의 미래비전을 세워줄 통합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우리 지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사업은 창원시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이고 시민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는 마산항 개항 120주년, 3·1만세운동 100주년,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은 마산 삼진, 진해 웅동, 창원읍성 등 창원 전역에서 일어났습니다. 부마민주항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를 새롭게 조명하는 사업이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시민이 하나 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원 = 글·사진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1963년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출생 △1982년 마산중앙고 졸 △1988년 부산대 행정학과 졸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문재인 후보 경남공동선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