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트럼프 직무박탈 쿠데타 의혹’ 청문회 연다

그레이엄 법사위원장 밝혀
로즌스타인 前 법무부 부장관이
2017년 일부 장관과 모의 의혹

트럼프 측근 밀러 백악관 고문
“내년 9월까지 국경장벽 완공”
트럼프 재선 캠페인 활용 의도

미국 의회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국경장벽 대립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무박탈 기도 의혹 청문회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워싱턴 정계에 극한의 대립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17일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2017년 5월 로드 로즌스타인 당시 법무부 부장관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이상이라고 보고 직무박탈 방안을 일부 장관과 논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것은 행정부 쿠데타(administrative coup)이며 그 내용을 모든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며 청문회 개최를 시사했다. 또 “필요하다면 전직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법무차관도 소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대선 과정에서부터 법무부와 FBI가 행동한 모든 과정을 바닥까지 훑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인 크리스 쿤스 의원도 “매케이브의 발언은 철저히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동의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9월 앤드루 매케이브 FBI 전 국장대행의 메모를 토대로 직무박탈 논의를 보도했으나 로즌스타인 전 부장관은 이를 부인해 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고자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에 대해서는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원인 앨런 더쇼위츠 전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이들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려고 했다면 명백한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폭스뉴스에서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17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아마 다음 회계연도가 끝날 때(2020년 9월)까지 수백 마일의 국경장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이미 진행에 들어간 것, 현재 진행 중인 것, 그리고 앞으로 완성될 것들을 모두 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회계연도는 10월 1일 시작해 이듬해 9월 30일 끝난다. 폭스 뉴스 등은 국경장벽 완성 시기가 다음 대선(2020년 11월) 직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을 재선 캠페인에 이용할 뜻을 명확히 했다고 지적했다. 밀러 고문은 “명백히 대통령은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지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창립자인 짐 조던(오하이오) 하원의원도 ABC 인터뷰에서 “비상사태 선포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지갑(purse) 권력을 가져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도 ABC에서 “의회가 비상사태 선포를 막을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