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시장 정책 탓에 카드 수수료 덤터기까지 쓰는 기업들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반(反)시장 처방이 또 다른 반시장 대응을 부르고 있다. 이런 ‘시장 왜곡’도 심각한 문제인데, 애꿎은 기업과 소비자가 덤터기를 쓰는 악순환까지 빚어졌다. 8개 카드회사는 최근 SK텔레콤 등 통신 3사에 다음 달부터 카드결제 수수료율을 현행 1.8∼1.9%에서 최대 2.1%로 0.3%포인트까지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자동차·유통 등 연 매출 50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이 비슷한 폭의 인상을 통보받았다. 일부는 카드사에 불가 공문을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지 4일 만에 우대 수수료 대상을 연 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대폭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최저임금 과속 등으로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불만이 치솟자 무마하려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 가맹점 273만여 곳의 96%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기형 구조가 됐다.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12차례 내렸지만, 문 정부 들어서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변질됐다. 카드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인데, 정부가 완력으로 수수료에 개입하면 수익 구조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연구원은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순이익이 2019∼2021년 1조5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카드 모집원은 최근 4개월 새 1300명 가까이 줄었다.

기업이 감당 못할 최저임금 인상도, 후유증을 줄이려 카드사 팔을 비튼 것도 모두 반시장 가격 규제다.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축소로 소비자에 전가하고,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를 더 얹기로 한 것은 고육책이다. 우량고객에 외려 불이익을 주는 건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난센스다. 애초에 잘못 꿴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시장경제 기본이나마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