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충남, 혁신도시·지역인재 채용 배제돼선 안돼… 정부가 답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18일 충남도청 접견실에서 취임 이후 펼쳐온 충남 도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 ⑬ 양승조 충남지사

세종, 별개도시…배제근거안돼
국가 균형 발전·형평성 위해
내포 혁신도시로 꼭 지정돼야

‘출산 친화 분위기’ 조성 노력
임산부 배려창구 2773개 설치
올 아기수당 예산 226억 편성

인공 담수호 부남호 수질 심각
逆간척사업 시작해 생태 복원
노후火電 2기 조기폐쇄도 시급

양승조 충남지사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정치인이다. 4선 의원 출신인 그는 험한 정치권에서도 ‘선비’로 불렸다. 늘 꼿꼿한 몸가짐과 부드러운 말투 탓이다. 한학자인 부친의 엄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의 좌우명은 ‘파란불에 건너고, 빨간불에 선다’이다. 원칙과 정도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의정활동을 함께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충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 지사에 대해 ‘면철(綿鐵) 같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겉은 면화처럼 부드럽지만 속에는 쇳덩어리가 들었다는 뜻이다. 얌전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감춰진 양 지사의 결기와 강단은 때로 과감한 행동으로도 표출된다. 지난 2010년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국회에서 22일간의 단식에 몸을 던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 지사는 취임 이후 7개월여 동안 끊임없는 현장 행보와 내부 소통을 이어왔다. ‘더 행복한 충남,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도정 비전 아래 ‘아이 키우기 충남’ 등 8대 핵심과제를 수립하는 등 새로운 도정을 설계했다. 일 욕심 많은 그의 집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전임 안희정 지사의 ‘미투 파문’으로 흐트러진 도정 분위기를 빠르게 다잡아 나갔다. 도지사가 외부 특강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충남도에서 사라졌다. 양 지사는 지난 18일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충남만 혁신도시·지역인재 채용에서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정부가 답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역대 어느 지사보다 현장을 열심히 찾는다는 평가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직접 가서 보는 게 낫다’는 말을 정치 철학으로 삼아 지금껏 지켜왔습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지역과 지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임 초기 라돈 침대 사태 당시 천안 대진침대 공장을 찾아 폭염 속에 3시간 동안 직접 해체작업을 하면서 주민들과 소통했고, 최근 부품산업 위기를 맞아 서산 중소기업을 찾아 실태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취합한 지역의 현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도정 전체에 반영할 수 있는 사안 등을 계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앞으로도 도민과의 소통의 기회는 계속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취임 이후 충남도정의 성과가 있다면.

“지난 한 해가 도정 비전을 세우고, 이를 공유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올해 충남도정은 이를 본격적으로 실천하고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우선 ‘더 행복한 충남,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도정 비전을 세우고, 민선 7기의 새로운 희망을 열었다고 자부합니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란 3대 위기 극복과 기업 하기 좋은 충남을 통해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더 행복한 충남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확고히 세웠습니다. 저출산 극복에 대한 충남의 노력이 점차 확산되면서 ‘출산 친화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성장을 위해 도정 사상 최초로 예산 7조 원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조직개편도 단행해 민선 7기 2년 차의 정책들의 역동적 추진 원동력을 마련했습니다.”

― 저출산 문제 해결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갖고 있는 이유는.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수준이 아니라 향후 지역과 국가의 소멸까지 우려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로 봅니다. 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시던 애국지사의 심정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충남이 먼저 극복하고, 선도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아이 낳기 좋은 충남’을 위한 새로운 정책은 어떤 게 있나요.

“도지사 취임 이후 1호 결재로 ‘임산부 배려창구’ 설치를 지시해 현재 충남 도내 공공기관, 터미널, 은행 등 2773개소에 설치했습니다. 공무원 승진 평가 시 다자녀 우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도지사 2호 결재사항으로 공공기관 8세 이하 학부모가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육아시간 확대 시책을 도입했습니다. 공약사항인 충남아기수당을 지난해 11월부터 총 1만3138명의 아동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올해 226억 원을 편성해 12개월 이하 아기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됩니다. 앞으로 지급 기한 연장 등 확대 운영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중학생 무상교복은 올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과 보육, 교육, 주거 등 다양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 민선 7기 최대 현안으로 내포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 중인데요.

“정부가 대통령 공약으로 ‘혁신도시 시즌 2’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본격 추진될 전망입니다. 충남도는 지난 2005년 1차 혁신도시 정책에서 세종시 조성을 이유로 배제됐지만, 이후 세종시가 광역단체로 분리되면서 인구가 10만 명 가까이 줄고, 지역 총생산이 1조8000억 원 감소한 것에 더해 지역 대학생들이 공공기관 지역인재 우선채용에서도 소외되는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형평성 차원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의 완성을 위해 충남에 혁신도시가 추가 지정될 수 있도록 도지사가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 배제에 대해 ‘공적 분노’까지 언급한 것으로 압니다.

“혁신도시 충남 배제 문제는 처음에 출발할 때는 논리적 타당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세종시가 충남도와 별개의 시·도가 됐다는 관점에서 보면 전혀 논리적 타당성이 없어요. 충남도만 대전시와 더불어 혁신도시에서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차원에서는 저는 충남도민들이 공적으로 분노해야 하고 공적인 분노를 표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서 때려 부수라는 게 아니라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거죠. ‘왜 우리만 혁신도시에서 배제됐느냐’ ‘왜 우리만 지역인재 우선채용에서 배제돼야 하나.’ 정부는 그런 의문에 대해 답을 줘야 하고 우리는 그걸 주장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특별히 도와줘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요.

“내포신도시의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유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서해 부남호 역간척 사업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부남호는 과거 식량 증산을 목표로 조성된 인공 담수호로, 현재 5급수로 수질이 오염돼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상태인데 도가 나서 생태 환경을 복원하고 어족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역간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보령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조기 폐쇄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현재 충남에는 전국 61개소 석탄화력발전소 중 30기가 위치해 있는데 35년, 36년 된 보령 1, 2호기의 경우 연한이 30년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지금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성능을 개선했다며 폐기하지 않고 있는데, 도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노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홍성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1959년 충남 천안 출생 △중동고·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활동 △제17, 18, 19, 20대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최고위원·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민선 7기 충남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