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김경수 판결 부당성’ 발표는 집권 세력의 헌정 질서 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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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의 대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이사장

“판결 불인정은 삼권분립 무시
드루킹 만큼 김 지사 책임 커
文대통령도 책임… 조사 받아야”

장기표(74·사진) 신문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20일 여권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문을 자체 분석, 판결의 부당성을 부각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집권 세력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이사장은 고(故)전태일 열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인물이자, 현대사의 산증인,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린다.

장 이사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판결에 불만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이사장은 전날(19일) 더불어민주당이 김 지사 1심 판결문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당내에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 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만든 것만으로도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아직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권 세력이 법 전문가라는 사람의 입을 빌려 의견을 제시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되물었다. 장 이사장은 또 지난달 30일 김 지사 1심 판결 직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양승태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 “상식 이하의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여권이 계속해서 사법부를 겨냥해 정치적, 물리적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테러 예비 집단도 아니고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장 이사장은 “여권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구속 중인 ‘김경수 구하기’에 사활을 건 것은 1심 판결만으로도 현 정부의 정통성이 부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라며 “드루킹(김동원)의 댓글 조작이 대통령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여권은 ‘김 지사를 왜 구속시켰느냐’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헌정을 유린한 것이기 때문에 법정구속이 당연하다”며 “드루킹이 3년 6개월 징역형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책임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김 지사가 2년형만 받은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이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이사장은 “선거 사범의 경우 6개월 안에 기소해야 하고, 헌법상 대통령 불기소 조항이 있는 만큼 이번 일로 문 대통령을 기소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조사는 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기 전 조사를 받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이렇게 계속 현실을 부정하기만 하면 결국 최대 피해자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된다”면서 “현 정권이 그 점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