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美北 정상회담 D-7>“서두를 것 없다” 5차례 반복… ‘北비핵화 로드맵’ 늘어지나

- 트럼프 “시간표 없다” 강조

2차 美·北회담 기대치 낮추며
‘北, 조치 내놔라’ 압박 성격도

폼페이오 “北核위험 감소 기대”
核동결 합의에 그칠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서두를 것이 없다”는 말을 반복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비핵화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언급하면서도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이 없다”고 무려 5차례나 반복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는 북한과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2차 정상회담의 목표치를 비핵화에서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 수준으로 낮췄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도 2차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 내 비난을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유럽 순방 중이던 15일 아이슬란드 방송사 RUV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며 “우리는 김정은의 핵무기가 세계에 끼치는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이 2차 정상회담 목표치를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북핵 위협 감소로 낮춰 잡았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2차 정상회담은 ‘비핵화 대 제재완화’가 아닌 ‘핵이나 ICBM 동결 대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스몰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표현의 사용주체는 국무부 부대변인급으로 낮아졌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만 이날 브리핑에서 “FFVD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경협을 비핵화 상응조치로 활용해달라고 말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카드에 따라 남북 경협에 대한 제재면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핵 폐기 보증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만 경제적 부담을 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존 개러멘디(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내줄지는 하나님만이 알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없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 마키(매사추세츠) 의원은 트위터에 “연락사무소 설치는 좋게 들리지만,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AP 통신 등 미 언론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일제히 전했다. 태 전 공사는 19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결코 핵 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은 북한 정권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하고, 국내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