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이후 법안가결률 16% → 11%”

與野 의원들 국회서 개정 토론회
입장 서로 바뀌어 개정 어려울듯

생산성은 극도로 낮고 파행은 잦은 ‘식물 국회’ 논란 속에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여야 의원들이 20일 국회선진화법 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19대와 20대 국회를 거치며 여야가 공수(攻守)를 바꿔 국회선진화법의 부작용과 한계를 절감한 만큼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고지선한 법은 없더라”며 “‘폭력 국회’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반면 ‘식물 국회’라는 지적처럼 국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제 역할을 못 하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원 의원은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국회의 모습은 국민 보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개별 국회의원이 말과 행동에 품위를 유지하도록 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 결정 원리를 위반하고 보조 원리인 소수 존중의 원칙을 중시하는 바람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파행이 길어지는 등 의사결정 지연이 고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 통과 전인 18대 국회 때 16.9%에 달했던 법안 가결률이 19대 국회 15.7%, 20대 국회 11.3%로 떨어졌고, 법안이 발의된 뒤 처리되기까지 소요된 기간도 18대 국회 약 486일에서 19대 국회 약 517일로 한 달가량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가중다수제 도입 등으로 여야가 협의보다는 보이콧 등으로 국회 기능이 정지되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입법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적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국회선진화법 찬성론자로 꼽히는 두 의원도 선진화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실제 법안 개정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여당일 때는 국회선진화법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야당이 돼서는 정반대 주장을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기·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